[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로수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8.07.12 03:08

    가로수

    어깨를 두드린다 아는 체하며
    돌아보니 살며시 등을 기대는 가로수
    ‘쉬었다 가렴’
    푸른 물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렇구나
    숱하게 이 길을 오갈 때마다
    나무는 나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구나
    등으로 내게 눈길을 주고 있었구나
    등으로 전해지는 푸른 물소리
    하늘엔 땡볕이 타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무는
    푸르게 그늘을 만들며.

    ―김재수(1947~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땀이 줄줄 흐른다. 가로수 그늘로 들어가 나무 등에 기댄다. '그래 잘 쉬었다 가.' 나무 목소리가 들리는 듯. 더위가 주저앉는다. 누그러진다. 푸른 물소리처럼 시원하구나. 고맙게도 길을 숱하게 오갈 때 가로수는 들어와 등을 기대고 쉬라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구나. 이글거리는 불볕에도 푸른 그늘을 지으며 기다린 줄을 몰랐다. 푸른 물소리처럼 시원한 그늘!

    나무는 의미 없이 살지 않는다. 자신을 성장시키며 그늘을 넓히고, 가지를 늘린다. 그늘엔 사람을 품고, 가지엔 새들 노래를 앉힌다. 나무를 보기 좋게 가꾼다는 미명하에 학대한다. 가지를 뻗어나가지 못하게 마구 자른다. 자유롭게 자랄 나무의 자유를 빼앗는다. 자유를 뺏긴 가로수는 하나같이 옛날의 아이스께끼를 거꾸로 땅에 꽂아 놓은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이건 가꿈이 아니고 학대다. 학대받아 그늘도 가난한 도시 가로수,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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