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중국, 무역전쟁 미국 상대 내부 분열⋅포위 전략에 집중

입력 2018.07.11 22:30

미국이 연간 2000억달러(약 223조원)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제품에 10% 추가관세 부과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중국 정부가 반박 담화문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보복조치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담화문 발표도 4시간 정도가 흐른 뒤에 나왔다.

지난 6일 낮 12시 1분(중국 시각, 미국 워싱턴 시각 0시 1분) 미국이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한 500억달러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1차로 340억달러(약 38조원)어치 중국산에 25% 추가관세 부과를 시작하자 중국이 1분도 안돼 같은 규모로 맞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4분만인 12시 5분 상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경제 사상 최대규모 무역전쟁을 발동했다고 비난한 것과 대조된다.

실제 관세 부과 개시와 달리 미국 정부가 이번에 공개한 6031개의 중국산 수입품목은 8월 20∼23일 공청회에 이어 8월 30일까지 검토 기간을 거친 이후 10% 추가 관세부과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비교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500억달러 중국산 수입제품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결정한 6월 15일 중국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다음날 새벽 같은 규모 미국산 수입제품 고율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18일 경고하자 중국은 미국이 이성을 잃고 고율 관세 부과 목록을 내놓으면 강력히 반격하겠다는 성명을 내놓으면서 질량과 수량을 종합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담화문에 “완전히 수용할 수 없다” “엄중 항의”등의 표현이 등장하지만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식의 과거 반복됐던 거친표현은 빠져있다. “놀랐다”는 표현이 들어가 당혹감도 읽힌다.

중국 CCTV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폭탄 투하를 예고한 11일 미국 내부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조명하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중국 CCTV 캡처
중국이 신중모드로 돌아선 것은 “중국 당국이 관영 매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비난을 삼갈 것을 지시하는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미중 무역전쟁 글에 붙는 댓글도 반미 애국주의 정서가 강한 댓글은 차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신랑웨이보에 미국제품 보이콧을 주장하는 글이 간혹 올라오지만 댓글이 달리지 않는 사례가 많다.

치킨게임처럼 즉각적인 맞보복 양상을 보여온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은 맞보복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이번에 공개한 2000억달러 중국산 수입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은 중국산 수입제품(5056억달러, 미국 통계 기준)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달러에 관세 장벽을 쌓게된다.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미국산 제품은 1304억달러로 모든 제품에 관세를 추가 부과해도 미국 조치에 상응하는 보복을 하기 힘들다.

미국이 지난 달 2000억달러 중국산에 대한 관세폭탄을 위협했을 때 중국이 수량과 함께 질량적 조치를 종합한 조치로 반격하겠다고 한 것도 비관세 장벽을 동원해 상응하는 보복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상무부는 이날 “필요한 반격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천명했고, 이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중국이 한국에 취하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같은 비관세 장벽 조치와 동중국해 분쟁으로 마찰을 빚은 일본에 대한 제재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미국행 금지령이나 할리우드 영화 차단령이 거론되는 게 대표적이다. 롯데마트의 중국내 매장을 대거 영업정지시킨 것처럼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나 월마트에 규제당국이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신중 모드에 담긴 포석은 이날 관영 CCTV의 보도 양태에서 짐작할 수 있다. CCTV는 미국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스위스 등 해외 각국이 잇따라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는 현상을 소개하는 한편, 인도 등 해외 전문가를 동원해 미국의 보호주의에 세계가 함께 손잡고 대응해야한다는 논리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상대를 직접 공격하는 공성(攻城)을 하수로 보는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따라 먼저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유도하고, 다른 나라와 연합해 적을 포위하는 합종연횡(合從連衡)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반격이 중국의 국익만을 위한게 아니고 인류 공동의 이익과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화춘잉 대변인은 "중국 제품의 수출 중 40%와 하이테크 제품의 3분의 2는 중국 내 외국계 기업의 투자로 이뤄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결연히 반대하고 다자 및 자유무역체계 규칙을 수호해야 하며 이는 책임 있는 국가가 해야 할 의무"라면서 동참을 호소했다.

장젠핑(张建平) 중국 상무부 연구원 지역경제협력중심 주임도 CC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잘못된 길로 멀리 가고 있다”며 “세계가 미국을 상대로 공동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주임은 특히 이번에 공개된 2000억달러 중국산 수입제품에는 일용 소비재 등 미국 주민들에 직접 영향을 주는 품목도 다수 포함돼 물가상승으로 인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미국 의회에서 관세 부과 권한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박탈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 주임은 미국과 중국은 세계 경제의 3분의 1, 무역 5분의 1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의 행위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글로벌 공급망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49.86 포인트(1.76%) 하락한 2777.77로 장을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1.65% 떨어진 2,780.70으로 개장해 계속 횡보하며 오후 한때 2.6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선전 성분지수도 이날 181.61 포인트(1.97%) 떨어진 9,023.82로 장을 마쳤다. 장중 9000선이 붕괴해 8,916.98까지 밀리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 발표에도 위안화 가치를 전장 대비 0.04% 올린 달러당 6.6234위안에 절상 고시했으나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오전 한때 전날 대비 0.62% 하락한 달러당 6.6919위안까지 떨어졌다. 역내 시장에서도 전날보다 0.7% 떨어진 달러당 6.6674위안에 마감했다.

부채감축 정책 등의 영향으로 실물 경기 둔화조짐까지 나타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금융불안이 가중돼 중국 경제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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