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 방위비 갚아”...험난한 나토 정상회의 예고

입력 2018.07.11 15:33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동맹관계가 무역분쟁에 이어 안보위기에 직면했다. 11~12일(현지 시각) 벨기에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나토 탈퇴’ 카드까지 제시하며 EU에 더 많은 분담금을 내라고 압박하는 한편, EU는 미국이 ‘적보다 못한 친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나토 정상회의가 원만하게 해결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16일 나토의 ‘최대 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달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담 직후 공동성명 서명을 돌연 철회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결과도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행이 10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 멜스브뢰크 공군기지에 도착한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브뤼셀에 도착해 트위터에 “나토의 많은 나라들이 ‘2% 지출’을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수년간 미지급 연체 상태다”라고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을 재차 압박했다. ‘2% 지출’은 나토의 29개 회원국에 설정된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지출하라는 의미다. 미국, 영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폴란드가 2%를 초과해 지출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1.1~1.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EU)은 미국에 변제할 것인가”라며 유럽이 미국에 방위비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그동안 유럽의 나토 방위비를 대신 내준 것이라며, 갚으라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이 논리를 EU와의 무역 불균형에도 적용해 “미국은 EU의 안보를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EU는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불공정한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유럽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나토와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동맹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별로 동맹(국)이 없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났을 때, 또 무엇보다 헬싱키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때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누가 전략적 친구이고, 전략적인 골칫거리인지 확실히 알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후 트위터에 “우리는 러시아보다 더 많이, 중국만큼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나토 분담금이) 우리 안보를 위한 투자임을 확신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러시아나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기 힘들 거다”라고 적었다. 러시아나 중국이 미국의 세계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군비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유럽만이 여전히 미국의 믿을 만한 동맹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유럽 언론들은 11일부터 이틀간의 나토 정상회의 기간이 험난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냉전 이래 서구 안보를 보장해 온 ‘범대서양 동맹’이 서서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한 한 유럽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나토 분담금 문제가 의제가 될 것이고, 그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후에도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범대서양 관계는 이제 더 이상 당연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브뤼셀 방문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거쳐 핀란드 헬싱키로 향해 16일 나토의 ‘최대 적’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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