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연습 28년만에 중단

입력 2018.07.11 03:01

'남북대화'에 방어훈련까지 안해… 다른 한국군 훈련과 합치기로…

정부는 10일 국가 전시(戰時) 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순수 방어 훈련인 을지연습을 올해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남북 대화 기조를 감안한 조치로 알려졌다. 을지연습이 중단된 것은 1990년 남북 고위급회담과 걸프전 참전 때 이후 28년 만이다. 특히 내년부터 을지연습을 다른 한국군 독자 훈련과 합치기로 하면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사실상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최근 조성된 여러 안보 정세 및 한·미 연합훈련 유예 방침에 따라 올해 계획된 정부 을지연습을 잠정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한국군 단독 연습인 태극연습과 연계해 민·관·군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을지태극연습'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했다. 내년부터 을지훈련을 한국군 독자 훈련인 태극연습과 합쳐서 북한의 무력 공격 이외에 일반 테러, 재난 등에 대비한 민·관·군 합동 훈련으로 실시하겠다는 뜻이다.

을지연습은 정부 차원의 최대 규모 전시 훈련으로, 통상 시·군·구 이상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단체 등 4000여 개 기관에서 48만여 명이 참가한다. 키리졸브나 프리덤가디언 한·미 연합훈련처럼 유사시 북한에 대해 반격해 정권을 무너뜨리는 등의 공세적 훈련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북과의 대화를 이유로 방어 연습까지 중단한 것이다.

정부는 또 태극연습도 6월에서 오는 10월로 연기하고, 야외 기동훈련인 호국훈련과 연계해 실시하기로 했다. 한·미 연합 또는 한국 독자 훈련이 줄줄이 연기·조정되면서 유사시 대북 대비 태세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미·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과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을 무기한 연기했었다.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뜩이나 을지연습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던 터에 테러·재난 대비 훈련까지 겸하게 되면 전시 대비 훈련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산하기관의 한 전문가는 "을지연습은 과거 1주일가량 실시되다 몇 년 전부터 3박 4일로 줄었고 점점 형식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내년에 을지태극연습으로 바뀌면 그런 문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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