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 軍이 실행 목적으로 기획? 민주 의원 질의에 작성?

입력 2018.07.11 03:01 | 수정 2018.07.11 08:58

[기무사 계엄령 문건수사]
기무사 문건의 전말과 의혹

기무사의 '위수령·계엄 문건'에 대한 수사 초점은 누구 지시로 작성됐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으며, 실행까지 검토했는지 여부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 3월 기무사령관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보고받고도 이를 즉시 공개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누구 지시로 왜 작성했나

'기무사 문건'을 입수해 지난 5일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촛불집회 때 군이 위수령·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했다. 이 의원은 "문건은 당시 국방장관에게 보고됐다"며 "(위수령·계엄은) 국방장관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윗선에 보고했을 거라 본다"고 했다.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이 청와대나 총리실에 문건을 보고했으며, 실행 검토까지 했다는 얘기다.

기무사 문건 작성·유출 경위
그러나 한 전 장관은 "'기무사 문건'의 시발점은 이철희 의원이 위수령에 대해 질문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문건은 (질문에 따라) 단순히 위수령 또는 계엄의 법적 요건과 절차를 살펴본 내부 검토 자료였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2016년 11월 23일과 2017년 2월 14일·23일 세 차례에 걸쳐서 '위수령 폐기'와 관련해 국방부에 질의하고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장관은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위수령에 대한 법리 검토를 시켰다. 이때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한 전 장관에게 "우리도 위수령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제안하자, 한 전 장관이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위수령 폐지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물어봤는데, 계엄과 병력 출동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계엄 계획, 상부에 보고했나

한 전 장관은 기무사 등이 작성한 계엄 계획에 대해 "청와대나 총리실로부터 문건 작성 지시를 받은 바도 없고 보고를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부 보고도 실행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 전 장관은 "합동참모본부와 법무관리관실 설명이 개론적이고 부족했다"면서 "국방장관으로서 병력 출동과 관련된 위수령과 계엄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 (기무사에도)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기무사가 위수령과 계엄까지 검토한 건 월권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나 황교안 총리실에서 이 같은 검토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군에선 "기무사가 계엄 선포 시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이기 때문에 법리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송영무 장관은 왜 4달간 침묵했나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3월 중순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기무사 문건'을 보고 받았지만, 4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국방부는 자체 법리 검토를 진행했지만, 수사 대상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무사 월권 소지가 있었지만 실행 계획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랬던 국방부가 지난 5일 이철희 의원이 기무사 문건을 공개한 직후에는 "문건의 작성 경위, 시점, 적절성, 관련 법리 등에 대해 확인 및 검토 후 수사 전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는 국방부의 애초 판단과 배치된다. 문 대통령이 독립 수사단을 꾸려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데엔 국방부에 대한 질책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문 대통령이 인도 현지에서 특별 지시를 내린 데 대해 "귀국 후 지시를 하는 건 너무 지체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안보·경제 상황이 마뜩지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서 적폐로 확대·증폭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위수령(衛戍令)

육군 부대가 특정한 지역에 일정 기간 계속 주둔하면서 그 지역의 경비, 군대의 질서, 군기 감시와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대통령령. 계엄보다 군의 권한 범위가 제한적이다.

☞계엄(戒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때 그 지역 내 행정권 또는 사법권을 군에 이관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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