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乳 수유 방해작전… 美, 조직적으로 펼쳐

조선일보
  • 유지한 기자
    입력 2018.07.11 03:01

    NYT "권장결의안 막기 시도"
    분유·이유식 업체 보호 위해 '모성본능까지 억제' 비판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모유(母乳) 수유 권장 결의안 채택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자국의 분유·이유식 업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성(母性)의 자연적인 욕구까지 억제하려고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봄 WHO가 모유 수유 권장 결의안 준비를 시작했을 때 누구도 이견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결의안엔 '모유가 아이 건강에 가장 좋으며, 각국은 모유 대체재에 대해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마케팅을 제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반대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모유 수유를 보호하고 권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구절을 결의안에서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결의안은 개도국에서 모유 수유를 늘리는 것이 목적인데, 미국 분유·이유식 업체 입장에선 개도국은 새로 개척해야 할 신시장이기 때문이다.

    협박의 칼은 결의안 대표 발의국으로 나설 예정이었던 에콰도르로 향했다. 미국은 심지어 에콰도르에 대한 군사 원조 중단과 무역 보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NYT는 전했다. 결국 에콰도르는 발의를 포기했다. 결의안 지지자들이 다른 발의국을 찾아 나섰지만 미국의 보복을 우려해 10여국 이상이 발의를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결의안 발의는 러시아가 맡았다. 미국이 러시아까지 협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5월 WHO 연례 총회에서 결의안은 초안 거의 그대로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9일 트위터에서 '미국은 모유 수유를 적극 권장하지만 여성들은 분유를 사용할 수 있다. 많은 여성이 영양실조와 가난 때문에 모유 대체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이를 정면 반박한다. 미셸 배리 스탠퍼드대 글로벌 보건혁신센터 박사는 "영양실조와 빈곤이 만연한 환경에선 분유를 타 먹일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찾기 어렵다"며 "그런 환경 때문에라도 모유 수유가 절대 필요하다"고 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모유 수유가 아이들의 설사를 막고, 전염병으로부터 신생아를 보호하는 호르몬·항체와 필수 영양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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