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택배기사·캐디도 실업급여 받게 된다

조선일보
  • 이기훈 기자
    입력 2018.07.11 03:01

    특수고용 근로자 50만·예술인 5만명 이르면 내년 고용보험 의무화
    도입땐 年 1300억 필요… 사용자 구분·실업급여 하한액 적용 문제로

    이르면 내년부터 전국의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특고) 약 50만명과 예술인 5만여 명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시키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작품을 쉬고 있는 연극배우나 일감이 떨어진 보험 설계사 등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임금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들에게도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놓고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단체·전문가들과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한 결과, 특고·예술인에게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달 또는 다음 달 고용보험위를 열어 정부안을 확정 짓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 시행이 정부 목표다. 올해 초 국회 예산정책처는 여기에 드는 비용을 매년 약 1300억원으로 예상했다.

    특고 근로종사자 현황 외
    특고는 보험 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형식적으로는 개인 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 근로자 성격을 가진 이를 가리킨다. 이들은 그간 전형적인 직장인을 토대로 설계된 고용보험에는 빠져 있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고용안전망연구센터 소장은 "지난해 기준 특고 31.4%가 이직을 경험했다"면서 "근로자와 유사한 노무를 제공하고 실업 위험도 비슷한데도 계약 형식만으로 고용보험 보호에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정부는 주로 한 사업자와 일하는 특고 직종(보험 설계사·학습지 교사·택배 기사 등) 약 50만명을 상대로 고용보험 가입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술인 중에는 최근 예술 활동을 발표하거나 관련 수입이 있어 정부가 '직업 예술인'으로 인정한 약 5만3000명이 우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고용보험은 임금 근로자 본인과 사용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한다. 그러나 사업마다 제각기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어 일하는 특고나 예술인은 보험료 절반을 내야 하는 사용자가 분명치 않은 게 문제다. 예컨대 여러 사이트에 작품을 연재하는 만화작가의 보험료 절반은 어느 업체가 부담할지 확실치 않은 것이다.

    특고 종사자들이 소득 감소로 일을 그만뒀을 경우 실업급여를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고용부 TF에선 '전년 동월 대비 소득 20% 이상 감소 시 실업급여 지급' 안이 제안됐지만 경영계 생각은 다르다. 김동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특고는 근무시간·강도를 자유롭게 조절해 소득 수준을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면서 "소득 감소 조건을 의도적으로 충족해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현행 근로자처럼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90%로 하루 5만4216원)을 적용할지도 논란이다. 예술인이나 특고 중 상당수는 소득 수준이 낮은 편이라 일반 근로자의 하한액을 보장해주면 원래 소득보다 실업급여액이 되레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생계형으로 보기 어려운 특정 소득액 이하는 당연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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