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안 부결… 사용자위원 전원 "앞으로 회의 불참"

입력 2018.07.11 03:01

14일 내년 임금결정 앞두고 파행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요구해온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이 무산됐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 전원(9명)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의 표결 결과에 반발해 퇴장했고, "11일부터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일(14일)을 나흘 앞두고 최저임금위가 파행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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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권순종(뒤)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이‘소상공인 더 이상 범법자로 몰아가지 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에 맞서는 근로자위원(앞)은‘최저임금 온전한 1만원 쟁취’라는 문구를 상의에 부착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는 이날 12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명, 반대 14명으로 부결시켰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노총 출신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모두가 반대표를, 사용자위원 9명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은 기존대로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한 액수로 결정된다.

표결 직후 사용자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존폐의 위기에 내몰려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이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최저임금 심의 참여는 더는 의미가 없다. 앞으로 있을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불 능력의 한계에 달한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염원을 외면한 관계 당국과 최저임금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앞서 노동자위원 측은 지난 5일 지난해보다 43.3% 인상된 1만790원을 내년 최저임금으로 제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15.3% 인상시 최저임금 영향률 추정치
이날 회의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놓고 노사는 팽팽하게 맞섰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올해 최저임금(7530원) 때문에 일부 취약 업종은 더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특히 기업의 85.6%, 고용의 36.2%를 담당하는 소상공인은 극심한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그동안 소상공업자 등이 많이 분포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에 대해서는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근로자위원들은 "식비나 상여금 등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 상태에서 지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섰다.

결국 위원회가 무기명으로 표결을 진행한 결과, 반대(14명)가 찬성(9명)보다 많았다. 사용자위원이 9명이고, 이들이 전원 찬성에 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익위원 9명 전원이 노동계와 마찬가지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안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올해 공익위원에는 친노동·친정부 성향을 띤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돼 노동계 측에 유리한 구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4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15.3% 인상(시급 8680원)할 경우, 전체 취업자 2018만7000명의 27.8%(최저임금 영향률)에 해당하는 561만명 임금을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숙박·음식업 종사자 10명 중 7명의 임금을 올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6.4%가 올라 숙박·경비업 등 최저임금 취약 업종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인원 감축 등이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이 업종들의 고용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새로 적용될 최저임금에 따라 임금이 인상돼야 하는 근로자의 비율을 말한다.

올해 시간당 7530원인 최저임금을 2019년과 2020년 15.3%씩 올리면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 이를 위해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680원으로 15.3% 올릴 경우, 최저임금위 분석에 따르면 '숙박·음식업'의 경우 영향률이 올해 49.9%에서 67.6%로 뛰어올라 98만2000명의 급여를 올려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업주 입장에선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 영향률 급등이 근로자 임금 인상 효과보다는 고용 축소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올 초 음식 숙박업, 경비업 등 최저임금 취약 업종에서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늘어났는데, 내년에도 큰 폭으로 오르면 상당수 사업장이 주저앉아 최저임금조차 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최저임금위의 분석에는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한 개정 최저임금법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정기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으면 현행 최저임금보다 10.6%가량 적은 임금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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