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출판사 휴대폰, 경찰은 못찾고 특검이 찾았다

입력 2018.07.11 03:01

"드루킹 측근이 휴대폰 치우라더라" 제보 받고 파주 현장 덮쳐 확보

특검이 새로 찾아낸 휴대전화와 유심칩.
특검이 새로 찾아낸 휴대전화와 유심칩. /특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 버려진 다수의 휴대전화와 유심 칩(USIM Chip·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을 발견해 분석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이 휴대전화 등은 경찰이 드루킹 김동원씨 등의 댓글 조작 혐의를 수사할 때부터 출판사에 있던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두 차례 이곳을 압수 수색했지만 이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가 또 드러난 것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느릅나무출판사를 현장 조사했다. 며칠 전 김모(필명 파로스)씨가 출판사가 있는 건물주에게 전화해 휴대전화들이 있는 쓰레기더미를 치워 달라고 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파로스는 드루킹이 조직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자금 책임자다. 파로스의 부탁을 받은 건물주는 이 휴대전화들을 버릴 수 없어 쓰레기봉투에 담아 출판사 1층에 모아뒀고 특검팀이 쓰레기더미에서 이를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쓰레기더미에선 휴대전화 21대와 유심 칩 수십개, 배터리·충전기 등이 발견됐다. 특검팀은 이 휴대전화들이 댓글 조작에 쓰인 것으로 보고 내용물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특검팀은 경공모 회원들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출판사에 있던 자신들의 다른 물품을 챙기기 바빠 이 휴대전화들을 미처 가져가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들이 경찰 수사 중에 이 휴대전화들을 가져가다 발각되면 증거인멸로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휴대전화들을 계속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느릅나무출판사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경공모 회원들이 지난해 5월 대선 전후 댓글 조작을 벌일 때 썼던 사무실이다. 2016년 10월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댓글 조작에 쓰인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찰은 2월 7일부터 6월 25일까지 4개월 넘게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이 출판사에서 특검팀이 발견한 휴대전화들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수사 초기부터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3월 21일 이 출판사를 압수 수색하면서 현장 CCTV 영상도 확보하지 않았다. 이후 드루킹이 민주당원이었다는 사실과 김 지사가 연루된 정황을 발견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던 사이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지난 4월 13일 경공모 회원이 트럭을 가져와 각종 서류를 쓸어가기도 했다. 경찰은 뒤늦게 수사팀을 확대하고 4월 22일 이곳을 다시 압수 수색했지만 이번에 발견된 휴대전화는 찾아내지 못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당시 증거는 충분히 확보했다"며 "마약 유통이나 유사 수신 범죄 수사도 아닌데 계속 사무실을 감시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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