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친구? 러시아, 껄끄럽던 잉글랜드 응원

조선일보
  • 석남준 기자
    입력 2018.07.11 03:01

    [2018 러시아월드컵]
    크로아티아 선수가 反러시아 구호 외치자 "4강전서 잉글랜드 응원"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3개월 앞둔 지난 3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했다. 영국 내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러시아 소행으로 간주하고 여러 제재 조치 가운데 러시아월드컵도 대상에 포함했다. 당시 영국은 왕실이나 정부 고위급 인사가 월드컵 참관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영국 노동당의 한 의원은 "히틀러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 그랬던 것처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월드컵을 러시아 이미지 개선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영국의 강경한 행보에 크게 반발했지만, 3개월여가 흐른 뒤 상황이 바뀌었다. 러시아가 오히려 28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한 잉글랜드를 응원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적(敵)의 적과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러시아 입장에서 잉글랜드가 '적의 적'이 된 이유가 있다. 잉글랜드는 월드컵 4강전에서 크로아티아와 대결을 한다. 러시아는 2002 한일월드컵 한국처럼 자국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4강 신화에 도전했지만, 지난 8일 열린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크로아티아에 패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러시아를 꺾은 크로아티아의 도마고이 비다가 경기 후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구호를 외친 데다 그 영상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면서 문제가 됐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란 구호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정치 구호다.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를 향한 반대 메시지인 셈이다.

    정치 이슈 거론을 금지하는 FIFA(국제축구연맹)는 비다에게 출전 금지 처분 대신 경고를 하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 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화가 날 대로 난 모양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크로아티아에 분노를 느낀 러시아인들이 4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응원할 것"이라며 "잉글랜드는 1만명에 달하는 원정 팬에 더해 러시아의 응원까지 받으며 4강전을 치르게 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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