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박물관장 자리 놓고 '민속학 홀대' 우려 나와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18.07.11 03:01

    학계 "최고 전문가 선임해야"

    열흘 넘게 공석(空席)인 국립민속박물관(민박) 관장 자리를 둘러싸고 민속학계와 국립중앙박물관(중박), 문화체육관광부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민속학이 홀대받는다'는 우려도 불거져 나왔다.

    발단은 지난달 29일 천진기 전 민박 관장이 중박 산하인 국립전주박물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였다. 얼핏 문체부 산하기관 중 학예직 고위 공무원들의 수평 이동으로 보이지만, 내부 사정은 간단치 않다. 중박과 민박 관장은 직급상 차이가 있으나 고고학·미술사학 중심인 중박과 민속학 영역인 민박은 성격이 뚜렷이 구별되는 독립 기관이다. 그런데 민박 출신으로 7년 넘게 재직한 천 전 관장이 중박 산하의 지방 박물관장으로 갔으니 '민박의 굴욕'이란 말이 나왔다.

    여기에 민속학계가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민속학회, 비교민속학회, 한국구비문학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민속학술단체연합회(회장 이윤선)는 지난 2일 "국립민속박물관장을 민속학 관련 최고 전문가로 선임하라"는 성명을 냈다. 민속학 관련 유일 국책 기관인 민박은 우리 전통과 풍속을 보존하고 연구해 미래의 자산으로 만드는 곳인데, 민속학과 관련 없는 인물이 관장으로 올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천 관장이 너무 오래 민박 관장으로 있는 동안 민박 내 파벌 형성 같은 부작용이 일어났다"며 "민박과 중박 양쪽의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우선 천 관장을 중박 쪽으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중박의 고위 공무원단 2명에 대해 인사 절차를 진행 중으로 곧 새 민박 관장을 임명할 것인데, 이번엔 2년 정도만 관장직을 맡기려 한다"며 "민속학을 홀대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결국 '전문성'과 '기관 인사 적체 문제'의 대립 위에 '민속학 소외론(論)'까지 겹쳐 갈등을 노출하고 있는 셈. 문화계 한 원로는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문체부 산하기관장을 공모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둘 경우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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