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도 타일도 페인트칠도 없는 집

입력 2018.07.11 03:01

네임리스 나은중·유소래씨 설계

외벽, 내벽, 바닥부터 욕조, 세면대, 싱크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콘크리트다. 페인트칠도, 벽지도, 타일도 없다. 집 전체가 노출 콘크리트다. 방과 방을 구분 짓는 벽도 전체가 막혀 있지 않고 짓다 만 것처럼 절반 정도만 세워져 있다. 올해 초 경기도 광주의 한 산속에 지어진 '아홉칸집'이다.

대지 664㎡(약 201평), 연면적 136.57㎡(약 41평) 규모의 집은 위에서 보면 네모난 두부를 9개로 잘게 썬 듯 정사각형 형태의 집을 가로세로 3.6m의 작은 정사각형 9개로 쪼갠 모양이다. 화장실과 그 양옆에 있는 안방, 아이방에만 나무문을 달았고 다른 곳에는 문도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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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의 한 산속에 있는 '아홉칸집' 전경. 콘크리트로 된 외관이 주위의 숲과 잘 어울린다. /사진가 노경
이 집을 설계한 부부 건축가인 네임리스건축 나은중(40)·유소래(36) 소장은 "'로파이(Lo-Fi·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저음질 음악)'를 건축에 구현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미국건축연맹 젊은건축가상, 미국건축사협회(AIA) 뉴욕지부 신진건축가상,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등을 받은 건축가다. 뉴욕과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주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첫 주택 작품인 만큼 주택의 전형적 모습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고급 주택단지에 가보면 마치 건축가들의 박람회 같아요. 화려하지만 전형적이죠. 그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틀을 깨는 방식이 로파이였고, 그 핵심이 노출 콘크리트였다. "원시적 느낌을 살려 동굴 같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였단다. 보통 노출 콘크리트를 시공할 때는 합판으로 된 거푸집에 필름을 씌우고, 거칠거나 금 간 곳을 보수해 반질반질하게 만들지만 그 과정을 생략하고 의도적으로 거친 표면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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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칸집'의 내부는 총 아홉 개의 정사각형 방으로 나뉘어 있다. 외벽, 내벽, 바닥 등 집 전체가 거친 표면의 노출 콘크리트. /네임리스건축
9개의 정사각 공간 중 화장실과 부엌 말고는 따로 용도를 정하고 만들지 않았다. 건축가는 "건축주가 집에 살면서 각 방의 용도를 정하는 등 점차 완성해 나가길 원했다. 의도적인 미완성이 주는 메시지"라고 했다.

집주인은 4세·2세 남매를 둔 부부 이상욱(34)·고경애(39)씨다.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에서 살던 이들은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싶어 도시 탈출을 꿈꿨다. "싼 땅을 찾다가 우연히 이천 도자기축제에 다녀오던 길에 이 근처가 싸고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으로 위성사진을 뒤지다가 한 휴경지를 찾아 무작정 근처 부동산으로 달려갔어요." 이들은 "단순한 구조의 콘크리트로 지으면서 예산도 보통 주택보다 덜 들었다"고 했다.

부부는 키우는 개 이름을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에서 따서 '코르뷔지에'라고 지었을 정도로 건축에 관심 많다. 원래 건축가 찰스·레이 임스 부부가 지은 '임스하우스'처럼 자연과 어우러지는 집을 원했다. "온통 콘크리트로 된 집을 제안받았을 때 처음엔 놀랐지만, 곧 산에 뚫은 콘크리트 터널이 뜻밖에 주변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던 게 떠올랐어요."

콘크리트 덩어리 집이 불편하진 않을까. "로봇청소기 고무 패킹이 빨리 닳는 것 말곤 별문제는 없어요. 애들이 하도 뛰어다녀서 처음보다 더 반질반질해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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