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취업난 해결 못하면 저출산 정책 百藥이 무효

입력 2018.07.11 03:14

당초 2029년이라는 예측과 달리 올해 신생아 32만명대로 떨어져
정부 정책도 겉돌거나 再湯 수준… 지자체도 대책 마련 함께 나서야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한국의 장래인구추계는 온통 뒤죽박죽이다. 2015년 출산율을 토대로 통계청이 작성한 장래인구추계는 2년도 안 돼 빗나갔다. 출생아 수가 곤두박질친 탓이다. 통계청은 작년 41만3000명, 올해 41만1000명의 아기가 태어나고, 2029년부터 30만명대로, 2048년부터 20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작년에 태어난 아기는 예상보다 훨씬 적은 35만7000명이었고, 올해는 32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며칠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조차 "올해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지고, 20만명대로 떨어지는 시기도 통계청 예측보다 26년이나 앞당겨진 2022년 이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칫 이번 정권 또는 늦어도 차기 정권에선 연간 신생아 20만명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 정도 수준이면 '인구 급변사태'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며칠 전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정권의 저출산 대책을 가정 중심의 '보수'적이라며 비판하고, '비혼(非婚) 차별 금지' 등 '진보'적인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써오던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표현에서 '가정'을 없애고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바꿨다. '결혼지옥' '출산지옥' '육아지옥' '차별지옥'이라는 4대 지옥에서 탈출해 '일하며 아기 키우기 행복한 나라로'라는 캐치프레이도 내걸었다.

그러나 급락하는 출산율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에도 가임(可妊) 여성과 혼인 건수가 모두 줄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신생아 수가 더 줄 게 확실시된다. 작년 신생아 35만명도 이제는 더 이상 기록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저출산 덫'에 빠지게 된 것은 혼인 건수가 크게 준 데다 결혼해도 아기를 기껏 한 명만 낳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주원인은 취업을 못해 결혼할 준비가 안 된 탓이 크다. 4년제 대졸자가 한 해 44만명 쏟아져 나오는데 연봉 3000만원 넘는 새 일자리는 20만 개도 안 된다. 취업연령(25~29세) 인구가 2021년까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악재다. 안타깝게도 저출산 대책 우선순위 1번이 되어야 할 취업난 해결책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둘 이상 낳는 부모에게는 정부가 아동수당을 획기적으로 더 주는 게 현실적이지만 그런 대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前) 정권 때까지 저출산 얘기만 나오면 '헬 조선'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는데, 이번 정권 들어서 '헬 조선'이란 자조적인 말이 수그러들었다. 젊은이들은 그만큼 이번 정권을 믿고 싶다는 얘기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정부는 '결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결혼할 여건을 만들어주고, 아기 키우는 게 행복'이라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 구실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이번 저출산 대책의 핵심인 젊은층·신혼부부의 집 마련 정책은 국토부에서 따로 발표하고, 대통령과 국토부장관은 별도로 움직였다. 저출산위원회는 복지·노동·교육·여성부만 모여 자잘한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의 발표에 그쳐, 중앙 부처들마저 겉돌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저출산 대책은 결혼도 않고, 아기도 낳지 않는 대도시·고(高)소득·고연령 젊은이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서울은 출산율이 1명 이하로 추락한 지 오래다. 그러나 저출산 정책은 중앙정부 일로 여겨 지자체들은 손 놓고 있다. 고소득·고학력 젊은이들은 결혼도 출산도 모두 기피하는데, 이들에게 맞는 대책을 세웠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맞춤형 저출산' 정책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게 지금껏 저출산 정책이 주는 교훈이다. 정부만 아니라 지자체도 인구 급변사태라고 인식하고 분위기 반전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생아 연간 20만명대 추락이란 오명을 이번 정권은 유산으로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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