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태국 동굴의 기적

조선일보
  • 안석배 논설위원
    입력 2018.07.11 03:16

    2010년 8월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호세 금광이 무너지면서 광부 33명이 지하 700m에 갇혔다. 매몰 17일 만에 이들의 생존이 확인됐다. 구조까지는 이후로 50여 일 더 걸렸다. 붕괴 위험 때문에 하루 20m 정도만 전진하며 구멍을 뚫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과 약품은 간신히 공급했지만, 동굴 안은 어둡고 무덥고 습했다. 광부들은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부르며 공포를 이겨냈다.

    ▶전 세계가 응원했다. 무너진 금광에 갇힌 적이 있었던 호주의 토드 러셀이란 사람은 이렇게 조언했다. "유머 감각을 유지하세요. 서로 의지하세요. 함께 노래 부르세요." 광부인 러셀은 2002년 동료 1명과 태즈메이니아 섬의 금광에 매몰됐었다. 시리얼 바 한 개와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 마시며 버텼다. 농담을 주고받고 노래 불렀다. 매몰 5일째,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케니 로저스의 '갬블러'를 구조대원이 듣게 됐다. 

    [만물상] 태국 동굴의 기적
    ▶'3·3·3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의학적으로 공기는 3분, 물은 3일, 음식은 3주일 안에 공급되지 않으면 사람이 사망한다는 것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72시간 내에 구조해야 한다는 게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선 이 한계를 뛰어넘는 생존자들이 나온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때는 건물 잔해에 깔렸던 19세 여성이 17일 만에 구조됐다. 극한 상황에서 인체의 생체 시계는 지각 장애를 일으켜 대사(代謝) 기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에너지 소모가 줄어 영양분 공급이 끊어져도 상당 시간을 버틸 수 있다.

    ▶태국 유소년 축구팀원과 코치 등 13명이 지난달 23일 동굴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비로 동굴 내 수위가 높아지면서 고립됐다. 전 세계의 동굴 전문가와 자원봉사자 등 1000여 명이 모여 이들 13명을 전원 구조했다. 드라마와 같은 일이다. 잠수 전문가 2명이 소년 1명씩을 데리고 동굴을 1.5㎞가량 헤엄쳐 나왔다. 잠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물속, 그것도 동굴 속이라면 그 자체가 엄청난 공포다.

    ▶기적의 생존자들에겐 '살아나간다'는 긍정과 의지 외에 한 사람의 희생과 사랑이 있었다. 동굴엔 20대 코치가 있었다. 그는 음식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고인 빗물은 못 먹게 하고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만 먹였다. 지금 그의 몸 상태가 가장 안 좋다고 한다. 그의 희생과 사랑이 아이들을 지탱시키고 암흑의 물속을 헤쳐나갈 힘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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