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와 원자력학계, 탈원전 놓고 국민 앞에서 토론하라

조선일보
입력 2018.07.11 03:19

원자력 전문가 5000여 명이 회원인 한국원자력학회가 "에너지 정책은 국가 실익(實益)이 우선인 만큼 (탈원전 정책은) 과학적인 재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의 탈원전이 독선에 빠져 있고 과속 질주로 강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학회는 "탈원전으로 원자력 산업만 아니라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화학 등 주력 산업들의 기반까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고 했다.

원자력학회의 성명은 최근 한수원이 월성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를 결정하면서 탈원전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KAIST 원자력공학과는 올 하반기 2학년 진학 예정자 94명 가운데 원자력 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다른 대학 원자력 관련 학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원자력 부품 업체들도 업종 전환을 고려하거나 기술 인력들의 이직(移職)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원자력 후속 세대 양성이 끊기고 부품 업체들이 사라지고 나면 원자력을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정부는 풍력·태양광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키워가면 2030년까지 전기요금은 10.9% 정도 인상되는 수준에 그칠 거라고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말을 진실로 믿고 있나. 한전 사장은 "콩(석유·LNG)보다 두부(전기료)가 싸졌다"고 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안 그래도 미래가 불투명한 조선, 자동차, 반도체가 에너지 가격까지 오를 경우 어찌 되겠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이 원전보다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란 정부 말을 믿을 수도 없지만, 설령 그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다 해도 신재생이 실제 경쟁력을 갖기까지는 원전 등 다른 주력 에너지를 유지해나가야 정상이다. 무엇 하러 국민 세금 보조금을 받아 근근이 지탱해나가는 신재생의 미래를 터무니없이 밝게 예상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원전 산업을 자기 손으로 부숴나가나. 정부는 원자력학계와 국민 앞에서 탈원전 공개 토론을 벌여 국민을 납득시킨 후에 탈원전이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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