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찬반 세력 국가 전복 상황 때 軍은 어떻게 해야 하나

조선일보
입력 2018.07.11 03:20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앞뒀던 작년 3월 국군 기무사령부가 '전시 계엄 및 합수(合搜) 업무 수행 방안'이란 제목의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순방 중인 인도 현지에서 이 같은 특별 지시를 내렸다.

문제의 문건은 탄핵찬성 촛불집회는 18차례 연인원 1540만명,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는 15차례 연인원 1280만명이 참가했으며 탄핵이 기각되거나 인용될 경우 "혁명" 또는 "내란"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탄핵선고가 나오면 그 결정에 불복하는 쪽에서 청와대·헌법재판소의 진입·점거를 시도하는 국가적 혼란이 우려된다면서 그런 상황을 가정한 군 차원의 대비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이 문건을 공개해온 여당과 시민단체는 "12·12 군사반란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군사독재를 경험한 우리 국민의 기억에서 '계엄'은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건은 탄핵 심판 직전 상황에서 그야말로 극단적인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탄핵 선고를 앞둔 작년 3월 찬반 양측 국민은 각각 수십만명씩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치했고 헌재까지 행진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으라고 압박성 시위를 벌였다. 3월 1일 집회의 경우 경찰이 600대가 넘는 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양측 간 충돌을 차단해야 할 정도였다. 탄핵 선고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국가적 혼란이 오는 것이 아니냐고 많은 국민이 걱정했었다.

실제로는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이 헌재의 결정에 일부 반발했지만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일 일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헌재 결정에 분노한 쪽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문건에서 언급한 대로 정부 종합청사, 국회, 대법원, 한국은행, 국정원 등이 점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상황에서 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도 손 놓고 있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군의 입장에선 국가 전복·마비 상황이 실제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비상 계획과 법적 절차 등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수 있다. 다행히 그런 극단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고 당연히 그 문건은 실행될 이유가 없었다.

지난 30년에 걸쳐 정권 교체를 이어온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군부의 쿠데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지 이미 오래다. 더구나 이 기무사 문건은 탄핵 반대 세력에 의한 과격 폭력 시위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이다. 그런데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검토 문건을 두고 '쿠데타' 운운하는 것은 적폐 청산을 이어가려는 목적은 아닌가. 청와대 말대로 '위중함, 심각성, 폭발력'이 큰 사안이라면 왜 문건이 공개된 즉시 수사를 지시하지 않고 지금에서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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