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과기부 "일회용컵 안써요"

입력 2018.07.10 03:01

[환경이 생명입니다] [2부-4] "우리부터 바꾸자" 정부부처 '일회용컵 퇴출' 확산

보건복지부 운영지원과 소속 공무원 10명은 최근 사흘간 암행 감찰하듯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사무실을 돌았다. 이들은 2인 1조로 나눠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한 오후 7시쯤 복지부 직원 900여 명이 쓰는 3~7층 사무실 27개 출입구 앞에 놓인 플라스틱 분리수거함 81개를 하나하나 뒤졌다. "사무실 일회용컵 사용을 자제하라"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 지시가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평소 수거함 한 곳당 20개 안팎씩 1600개가량 일회용컵이 나왔지만 지난달 21일엔 530개, 26일 370개, 28일엔 300개로 확 줄었다"고 했다. 지난 3일 점심시간 직후 본지 기자가 직접 81개 분리수거함을 뒤져봤을 때는 50개도 안 됐다.

외교부 직원들이 지난 6일 청사 내 직원 휴게실에서 텀블러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외교부, 직원들에게 텀블러 지급 - 외교부 직원들이 지난 6일 청사 내 직원 휴게실에서 텀블러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외교부는 최근 휴게실 내 일회용컵을 싹 치웠다. /이태경 기자
유영민(왼쪽에서 셋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5월 정부과천청사 카페에서 수습주무관들과 텀블러·머그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며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과기부 장관도 텀블러 들고 간담회 - 유영민(왼쪽에서 셋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5월 정부과천청사 카페에서 수습주무관들과 텀블러·머그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며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 부처에서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컵 줄이기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본지가 서울·과천·세종의 정부청사를 현장 취재한 결과, 사무실·회의실 풍경이 확연히 달라진 부처가 많았다. 직원 책상이나 회의실 탁자에 으레 놓여 있던 일회용컵이나 페트병 생수가 대폭 줄어들었고, 사무실 내 음수대에서 종이컵을 싹 치운 곳도 있었다. 대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개인용 컵을 씻을 수 있도록 청사 건물 화장실에 친환경 세제·수세미를 비치했고, 복지부는 탕비실에 공용 컵을 씻도록 살균소독기를 새로 들여놨다. 정부세종청사 한 카페 직원은 "요즘은 테이크아웃 주문 가운데 절반 정도가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간다"고 했다.

중국발 '폐비닐 대란'이 일어난 올봄, 환경부를 비롯한 일부 부처에서 시작된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이 이제는 전 부처로 확산 중이다. 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아이스 음료용 컵과 종이컵을 아예 건물에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500㎖ 소용량 플라스틱 물병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복지부 공무원이 아이스커피가 담긴 일회용컵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그러면 안 된다"는 다른 직원의 핀잔을 듣고 당황해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지난 6일 국방부 구내식당에 일회용 종이컵이 수북이 쌓여 있다.
여전히 놓여있는 일회용컵 - 지난 6일 국방부 구내식당에 일회용 종이컵이 수북이 쌓여 있다. /특별취재팀
외교부는 지난달 말 "일회용컵 사용을 지양하라"는 장관 지시에 따라 직원들에게 뚜껑 달린 텀블러를 지급했다. 추후 185개 재외 공관에도 친환경 컵을 사용하게 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26일 출범 1주년을 맞아 본부·지방청 등을 대상으로 로고가 찍힌 텀블러 2000여 개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회의 풍경도 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4일부터 각종 회의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졌다. 전 직원용 공용 물병과 컵을 구매해 내부·외부 회의 때 사용하도록 했다. 회의실 앞에 식기세척기를 구매해 비치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회의 때 사용하던 일회용컵을 모두 머그잔으로 교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주요 회의가 이뤄지는 5층 회의실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장차관은 물론 회의 참석자들도 페트병 생수 대신 개인 컵에 음료를 따라 마시도록 한 것이다. 개인 컵 휴대가 불가능한 외부 인사들을 위해선 머그컵을 별도로 비치했다.

환경부는 외부 행사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5월 환경부 직원 가족 체육 행사에서는 매년 지급하던 페트병 생수를 없앴다. 대신 직원 가족들에게 개인 컵을 지참하도록 미리 알려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마시도록 했다. 일회용 도시락도 구매하지 않고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딘 부처도 있다. 지난 2일 찾은 교육부 사무실에선 일회용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먹는 공무원들이 많았다. 9일 고용노동부 4층 한 사무실 음수대엔 종이컵이 여전히 쌓여 있었고, 지난 4일 서울교육청 2층 회의실에선 연수에 참석한 교사 20명에게 페트병에 담긴 500㎖ 생수와 일회용 종이컵이 제공됐다. 국방부 구내식당에선 후식용 식혜·수정과 등을 먹도록 일회용 종이컵을 쓰고 있었다.


〈특별취재팀〉

박은호 차장, 채성진 기자, 김정훈 기자, 김충령 기자, 김효인 기자, 이동휘 기자, 손호영 기자, 허상우 기자,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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