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유럽통합의 초석 '솅겐조약', 난민유입 때문에 흔들린다는데

조선일보
  •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18.07.10 03:01

    사람·물자의 자유로운 통행보장… EU 단일시장 토대 마련한 조약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연합(EU) 내 주요국들이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입국 간에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해 EU 내 단일 시장의 토대를 마련했던 '솅겐(Schengen)조약'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솅겐조약은 1985년 룩셈부르크 남부의 솅겐에서 국경을 맞대는 벨기에·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네덜란드 5개국이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조약을 맺은 데서 시작했다. 현재는 EU 회원국 중 22개국과 노르웨이·스위스 등 비(非)EU 회원국 4개국 등 유럽 26개국이 가입했다. 솅겐조약 효력이 미치는 지역은 사실상 유럽대륙의 대부분이어서, 비솅겐 회원국 시민도 일단 유럽 대륙에 들어오면 이후 국경을 넘을 때에는 여권 검사 등의 까다로운 출입국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나의 주권국가'로 발전하려는 유럽 통합주의자들에게 지역 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 솅겐조약은 가장 기본적인 조약이다.

    그런데 중동·아프리카계 난민들이 유럽으로 대거 밀려들어 오면서 이 조약의 허점이 드러났다.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로 들어온 난민들이 이후 별 통제를 받지 않고 국경을 넘어 독일 등 북쪽의 부유한 나라로 대거 옮아간 것이다. 2015년 독일에는 시리아 내전을 피한 난민 등 100만명이 들어왔고, 이들로 인해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등 큰 정치·사회적 이슈가 됐다. 결국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남부 바이에른주로 유입되는 난민을 차단하기 위해 남쪽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적발된 난민들은 48시간 내에 이들이 애초 난민 신청을 등록한 나라들이나 오스트리아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독일로부터 송환되는 난민을 안 받는 것은 물론 유럽 전역에 유사한 효과가 도미노처럼 퍼지더라도 자국으로 난민이 들어오는 이탈리아·슬로베니아와의 국경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오스트리아 국경만 해도 수십 개의 도로와 철로가 지난다. 이 국경을 통제한다는 것은 경찰이 수만, 수십만 명의 통행자 중에서 중동·아프리카계가 눈에 띄면 별도로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통제를 제대로 하면 당장 두 나라 간 교류는 엄청난 지체·마비를 겪게 된다.

    난민 유입이 유럽의 정치 지형뿐 아니라 '유럽 통합'이라는 이상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유럽 통합론자들은 각국이 미국의 주(州)들처럼 각자의 정체성(正體性)을 포기하고 이동의 자유를 택해 '유럽합중국'을 이뤄야 한다고 지향해왔다. 이 통합의 기초가 난민 문제로 흔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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