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31언더파… 김세영, 소렌스탐을 넘다

조선일보
  • 민학수 기자
    입력 2018.07.10 03:01

    LPGA 최다 언더파 신기록 세우며 통산 7승… PGA 기록과도 타이

    'LPGA 사상 가장 위대한 4라운드 경기.'(LPGA 투어)

    이 한 마디가 김세영(25)의 이번 대회 플레이를 가장 간결하게 묘사했다. 마지막 날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와 마법 같은 역전극을 펼치는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이 이번엔 68년 LPGA(미 여자프로골프) 역사를 들었다 놓는 대기록을 줄줄이 썼다.

    9일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624야드)에서 막을 내린 손베리 크리크 LPGA클래식. 김세영은 이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내 최종 합계 31언더파 257타를 치며 우승했다. 2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를 무려 9타 차로 따돌렸다.

    빨간 바지 입고 손키스…
    빨간 바지 입고 손키스… "식당들 문닫아 짜장 라면으로 파티" - 김세영은 대기록을 자축하는 이 손키스 사진을 찍고는 얼마 후 아버지 어머니와 숙소에서 짜장 라면으로 파티를 했다. 레스토랑이 다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양궁 스타 기보배 등을 돕는 김영숙 스포츠심리학 박사로부터 멘털트레이닝을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고 끝까지 해보자"는 두 가지만 생각하며 경기했다고 한다. /AFP 연합뉴스

    우승 트로피를 든 김세영.
    우승 트로피를 든 김세영. /AFP 연합뉴스
    LPGA투어에서 30언더파 벽을 넘어 우승한 것은 김세영이 처음이다. 종전 72홀 최다 언더파 우승은 27언더파였다. '골프 여제'라 불리던 안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작성했다. 당시 소렌스탐은 2라운드에서 LPGA 사상 유일한 59타 기록을 적어내기도 했다. 김세영은 2016년 파운더스컵에서 27언더파로 소렌스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세영은 "어릴 때 소렌스탐 경기를 보면서 함께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며 "그 기록을 깼으니 꿈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소렌스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김세영의 기록은 미국 남녀 프로골프 투어를 통틀어 72홀 최다 언더파 우승 타이기록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003년 어니 엘스(남아공)가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31언더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9년 봅호프클래식에서 팻 페레스(미국)가 33언더파로 우승했지만, 당시 대회는 5라운드 승부였다. 같은 대회에서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4라운드 72홀 33언더파로 선전하다가 5라운드에서 타수를 잃어 역전패했다.

    역사를 만든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총 257타. 72홀 최소타 기록도 세웠다. 박희영과 앤절라 스탠퍼드, 카렌 스터플스가 작성한 종전 기록(258타)보다 한 타 적었다. PGA투어 기록은 저스틴 토머스가 2017년 소니오픈(파70)에서 세운 253타다. 김세영은 또 31개의 버디와 1개의 이글을 잡아 총 32개 홀에서 파보다 더 좋은 스코어를 작성했다. 이 역시 LPGA투어 기록이다. 김세영은 보기 없이 2라운드 17번 홀(파3)에서만 더블 보기 실수를 범했다.

    김세영은 지난해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대회 이후 1년 2개월 만에 우승(통산 7승째)했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긴장을 푸는 데 도움되는 멘털 관련 동영상들을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봤다"며 "어깨 힘 빼고 부드럽게 치려고 했다"고 반전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그의 이번 대회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75야드였다. 그린 적중률이 93%로 나흘간 그린을 놓친 게 5번뿐이었다. 지난해 대회 우승자인 캐서린 커크(호주)는 "한마디로 정말 놀랍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수준이 달랐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3라운드를 마치고 "(김)세영 언니가 코스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다"고 했다.

    김세영은 신들린 샷으로 승부를 바꾸는 '극장 골퍼'다. 가장 인상적인 대회는 2015년 롯데 챔피언십이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극적인 칩인 버디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뒤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에서 샷 이글 한 방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박인비는 김세영을 "기적을 몰고 다니는 선수"라고 불렀다. 김세영은 한국에서 5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거뒀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익혀 공인 3단인 김세영은 크지 않은 키(163㎝)인데도 엄청난 장타를 뿜어낸다.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해 처음 우승하고는 '짧은 영어'로 통역 없이 인터뷰를 소화하는 배짱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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