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김대리는 강아지 데리고 회사 간다지

조선일보
  • 표태준 기자
    입력 2018.07.10 03:01

    국내 기업들 반려동물 문화 확산
    '강아지 인턴' 프로그램도 등장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하림타워 3층, 사무실 문이 열리자 프렌치불도그 한 마리가 반갑게 달려와 안겼다. 목에는 '연유'라는 이름이 적힌 사원증도 걸었다. '하늬'라고 적힌 사원증을 목에 건 몰티즈도 다가와 꼬리를 흔든다. 닭고기 기업 하림은 올해부터 직원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할 수 있게 했다. 연유와 하늬가 있는 하림펫푸드 사무실엔 주인과 출퇴근하는 개만 7마리. 이 건물에서 '개 사원'이 가장 많다. 가끔 '고양이 사원'도 출근하지만, 고양이는 낯선 환경에 적응을 잘 못 해 데려오는 일이 드물다.

    하림 명예 사원증을 받은 반려견‘연유’와‘하늬’.
    하림 명예 사원증을 받은 반려견‘연유’와‘하늬’. /이진한 기자
    직원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하도록 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집에 반려동물을 두고 와야 하는 1인 가구 직원의 부담도 덜고, 업무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림펫푸드 김은경 디자이너는 "아침 출근 때 달려와 격렬하게 반겨주는 개의 존재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린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다가와 애교 부리는 강아지에게서 큰 위로를 얻는다"고 했다.

    한국선 아직 생소하지만 '반려동물 천국' 미국, 캐나다 등에선 흔한 일이다. 창립 초기부터 반려동물 동반 출근을 허용한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엔 현재 하루 6000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주인과 함께 회사로 나온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징가 등 세계적 IT 기업이 적극적이다. '실리콘밸리는 개의 도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달 13일 미국 반려동물 보험사 트루패니언(Trupanion)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1250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응답자의 24%가 '동물을 데려 갈 수 있는 직장에 다닌다'고 답했다.

    한국에서도 신생 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PR 컨설팅업체 커뮤니크는 아예 '견턴'(개와 인턴의 합성어) 제도를 도입했다. 기간을 정해 놓고 반려견이 직원들과 잘 어울리는지 검증하는데, 심하게 짖거나 사납게 굴면 탈락이다. 통과한 개는 대리로 임명되고, 모든 직원이 개가 있어도 좋다고 동의한 4~5층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현재는 몰티즈 '설 대리'만 정규직으로 근무 중이지만 견턴 과정에 있는 개가 네 마리 더 있다. 이 회사 신명 대표는 "설 대리는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직원들 일에 간섭하는 우리 회사 최고 마당발이다.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설 대리 사진만 수백 장에다 팬클럽까지 생겼다"고 했다. 디자인회사 얼스의 조진현 대표도 매일 래브라도레트리버 '우주'를 데리고 출근한다. 그는 "우주가 워낙 싹싹해서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안고 쓰다듬는다. 사람은 할 수 없는 분위기 메이커"라며 "일부러 회식을 하지 않아도, 개와 함께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면서 직원들이 더 친밀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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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 컨설팅업체 커뮤니크는 올해 초부터 반려동물을 회사에 데려올 수 있게 했다. 몰티즈‘설 대리’가 회의에 참석해 직원들과 어울리고 있다. /커뮤니크
    범세계적 운동까지 생겼다. 6월 넷째 주 금요일 직장에 반려동물을 데려가자는 'TYDTWD(Take your dog to work day)' 캠페인. 영국서 시작돼 미국, 호주, 일본, 한국 등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매년 6월 넷째 주면 반려동물과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진을 찍어올리는 인증샷이 소셜네트워크에 쏟아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며 불확실한 미래에서 느껴지는 불안함과 인공지능처럼 발전한 기계에 느끼는 소외감을 동물과 교감하며 달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구글이나 아마존 등 첨단 기술을 다루는 회사가 반려동물 출근 문화를 선도하는 것도 정서적으로 고갈되기 쉬운 직원들의 재충전을 돕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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