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인재 키운 부친 뜻 기려… 모교에 100억

조선일보
  • 이정구 기자
    입력 2018.07.10 03:01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서울대 경제학부 첫 독립 건물 '우석 경제관' 신축에 私財 기부

    "항상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선친의 가르침을 기리는 마음에서 기부했습니다. 후배들이 학업에 매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7세이던 1974년 영원무역을 창업해 44년여 만에 직원 7만명, 연 매출 2조원 넘는 세계적 의류 회사로 키운 성기학(71) 영원무역 회장은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열린 '우석(愚石) 경제관' 기공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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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 우석 경제관 기공식에서 100억원을 기부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축사를 하며 부친이 가르쳤던 나눔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이 학교 무역학과 66학번인 그는 사재(私財) 100억원을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부에 냈다. 서울대 측은 성 회장의 기부금에다 동문들이 낸 발전 기금을 합쳐 서울대 경제학부 차원의 첫 독립 건물인 '우석 경제관' 기공식을 이날 열었다.

    건물 이름 '우석(愚石)'은 성기학 회장의 부친인 고(故) 성재경 선생의 호에서 땄다. 성재경 선생은 일제강점기 경남 창녕에서 사립학교 격인 '지양 강습소'를 운영했다. 성 선생은 강습소가 일제에 의해 강제 폐쇄될 때까지 사비(私費)를 들여 지역 인재를 가르쳤다. 1963년에는 농민단체인 '경화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이날 기공식에서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우석 경제관 기공식을 계기로 경제학부가 우리 경제의 초석(礎石) 역할을 잘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준공될 예정인 우석 경제관은 연면적 5906㎡(약 1780평)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이며 경제학부 강의실·연구실·경제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경제학부 수업을 듣는 서울대생은 학기당 1000명이 넘어 시설 부족 문제를 겪어왔다. 경제학부 교수, 동문들은 신축 건물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성 회장의 기부는 이 바람을 이루는 '마중물'이 됐다. 2016년 성 회장은 "경제학부 건물 신축에 써 달라"며 100억원을 기부했다. 이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문들까지 하나둘 힘을 보태면서 사업비가 마련됐다. 고인이 된 동문 가족들이 취지에 공감, 기부 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성 회장은 1980년 국내 최초로 방글라데시에 의류 생산 공장을 지어 진출했고,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제품을 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서울대 상과대학 총동창회장을 맡았던 성 회장은 100억원 기부에 앞서 서울대에 30여억원을 기부했고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후원 기부를 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의 좌우명은 '경근일신(敬勤日新·노동을 중시하고 날마다 새로워진다)'이다.

    수출과 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성 회장은 2016년부터는 국제섬유생산자연맹 수석부회장도 맡고 있다.

    성 회장은 이날 "선친이 말씀하신 것처럼 돈은 어떻게 잘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우리 한국, 사회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경제학부 동문들은 '우석 경제관' 건립 사업을 계기로 '경제학부 발전위원회'를 조직해 연말까지 발전 기금 400억원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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