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봇물 터진 미국 내 '對北 회의론' 주시해야

조선일보
입력 2018.07.10 03:19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빅터 차 한국석좌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과 평양 협상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했지만 이는 돼지에게 립스틱을 칠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 성과가 없었던 실상을 속이고 분칠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6~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訪北)이 빈손으로 끝나자 미국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과 대북 대화파 인사들까지 가세하는 상황이다.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내 조야가 이처럼 한목소리로 트럼프의 북핵 협상을 우려하고 비판하는 것은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한·미 연합 훈련 재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상원 정보위의 로이 블런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훈련 중단은 실수"라고 했고, 상원 군사위의 조니 어니스트 의원은 "만약 이번 (북핵) 협상이 지속하지 않는다면 나는 곧바로 훈련 재개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늦어도 8월 말까지 북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한·미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정부 내 분위기가 있다는 CNN 보도도 나왔다.

북은 한·미의 중대한 양보인 연합 훈련 중단 조치를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깎아내려 버렸다. 야당인 민주당 하원 의원들도 "북 정권의 반복적 기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북핵 관련 청문회를 요구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까지 전문가 기고를 통해 폼페이오 방북을 '빈손(empty-handed)'으로 평가했다.

섣불리 북의 '선의'를 믿고 성급하게 나서던 트럼프 대통령은 점점 북한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11월 중간선거에 '북핵'이 치적이 아니라 악재가 되는 걸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폼페이오가 9일 "북 비핵화와 안전 보장, 관계 개선을 동시에 하겠다"고 또 물러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북한은 미국을 마음대로 요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북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사기극인 것으로 기울어지면 트럼프의 인내심이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가 자신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할 때 그가 무슨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청와대는 이날 "(미·북) 누구도 샅바를 풀어버리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트럼프의 행동은 예단하기 어렵다. 북의 '선의'를 믿고 트럼프에 대해선 희망에 기대면 어느 날 안보 돌발 사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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