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왜 컨테이너 건물에 매장을 냈나?

입력 2018.07.09 14:00

오락실 이어 컨테이너 매장 낸 샤넬, ‘인스타 명소’로 인기
이색 경험으로 디지털 세대 홀리는 명품

서울 강남의 복합문화공간에 문을 연 샤넬 파리-함부르크 공방 컬렉션 팝업스토어/샤넬 제공
‘찰칵찰칵’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복합문화공간, 컨테이너 모양의 외관으로 유명한 이 공간이 최근 SNS 명소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바로 샤넬의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내 중앙에 위치한 계단 모양의 조형물엔 십여 개의 검은 마네킹이 줄지어 서 있고, 주변엔 이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샤넬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왔어요. 모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와 옷 구경도 하고 사진도 실컷 찍었죠.” 친구와 번갈아 가며 인증 사진을 찍던 박서희 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은 정확히 말해 전시장이 아닌 옷과 가방을 파는 매장이다. 샤넬은 지난달 23일 SJ 쿤스트할레(서울 논현동 소재)에 파리-함부르크 공방 컬렉션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즉, 한시적으로 열리는 임시 매장이다. 샤넬 공방 장인들의 기술력을 소개하는 공방 컬렉션을 판매하는 자리로, 기존의 샤넬 매장에선 팔지 않고 오직 팝업스토어에서만 판다.

◇ 백화점 대신 컨테이너 건물에 매장 연 샤넬

샤넬이 멀쩡한 매장을 두고, 외부에 임시 매장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들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샤넬 측의 설명. 팝업스토어는 함부르크 항구에 적재된 선박 컨테이너를 연상시키는 외관에, 내부 공간에는 샤넬 관련 서적과 사진 작품 등을 배치해 팝업 컬렉션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팝업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정은 씨는 “백화점 매장에 가면 직원들이 계속 지켜보는 거 같고, 무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옷차림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여긴 매장이라기보다 전시장 같아서 더 편하다”라고 했다.

팝업스토어에서만 살 수 있는 컨테이너 모양의 가방(왼쪽)과 디자인 스케치와 함께 전시된 공방 컬렉션/샤넬 제공
앞서 4월 샤넬은 서울 홍대 앞에 오락실을 열었다. ‘코코게임센터’라는 이름을 단 이곳은 샤넬 화장품을 체험하도록 꾸민 장소였다. 샤넬 로고가 부착된 뽑기 기계에선 인형 대신 화장품 샘플이 나왔고, 마음껏 화장을 해볼 수도 있었다. 오락실은 10~20대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번 팝업스토어에서도 앳된 얼굴의 젊은이들이 다수 포착됐다. 이들은 매장에 진열된 가방을 들고 사진을 찍는 등 한참이나 ‘쇼핑 놀이’를 즐겼다. 도서관 콘셉트의 공간에서 책을 보고 있던 패션 학도 김미소 씨는 샤넬의 디자인 스케치와 원단 샘플이 스크랩된 책을 만지작거리며 “너무 멋지다. 나중에 돈을 벌면 꼭 가방을 사고 싶다”라고 했다.

◇ ‘인증 놀이’하기 좋은 팝업스토어… 새로운 패션쇼장으로 주목

콧대 높은 명품이 매장 밖에 이색 공간을 만드는 이유는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요즘 젊은 세대는 특별한 장소를 경험하고 이를 SNS에 인증하길 즐긴다. 지난해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90%가 35세 미만이었을 만큼, 사진 인증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샤넬은 프랑스 본사에 인스타그램 전담팀을 운영하며 디지털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샤넬 공식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2877만 명으로, 명품 가운데 가장 많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매출이 좋지 않더라도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내주고, 잠재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비슷한 이유로 루이뷔통은 지난해 길거리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 컬렉션을 출시하면서 청담동 매장을 팝업 매장으로 바꿔 한시적으로 제품을 판매해 완판을 거뒀고, 에르메스는 일본 교토의 고택을 개조한 스카프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관광 명소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프리미엄 청바지 디젤은 ‘짝퉁’으로 유명한 뉴욕 커넬가에 가품을 가장한 팝업 매장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에르메스는 일본 교토의 고택을 개조해 스카프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에르메스 제공
니콜 펠프스 보그런웨이 디렉터는 “팝업 매장이 새로운 패션쇼가 됐다”며 팝업스토어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팝업스토어 태그를 검색하면 12만5000여 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팝업스토어에서는 할 수 있다. 찰나의 재미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욱 참신한 아이디어가 요구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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