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은 제발 現實 바로 보시길"

조선일보
  • 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2018.07.09 03:11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고발하다… 이은철 前 원자력안전위원장

    작년 12월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에 '월성 1호기 원전'이 빠져 있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단순히 일정 기간 운행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꼭 문 닫게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이 좌절됐으니 '탈(脫)원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줄 이벤트가 필요한 것이다.

    당시 나는 '바보가 박사인 양 기술자를 통제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문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면 대통령의 직권 남용이다. 단언하지만 정부는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자발적으로 월성 1호기를 포기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위법 논란을 피해 갈 것이다. 한수원이 사업적 판단으로 문 닫겠다고 하면 법적으로 시비를 걸 수 없게 된다….'

    이은철 전 위원장은“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한수원 이사 몇몇이 1조원 손실이 예상되는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은철 전 위원장은“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한수원 이사 몇몇이 1조원 손실이 예상되는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예측 그대로 현실이 됐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정부는 뒤에 숨고 한수원이 나서서 '노후화돼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떨어진다'며 사업적 판단으로 문 닫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3년 전의 한수원은 '설계 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의 운행을 10년 더 연장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7000억원을 들여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압력관 380개 등 핵심 부품과 설비를 다 교체한 뒤 연장 심사를 받았다. 거의 새 물건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2년까지 돌려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월성 1호기의 운행 연장을 승인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한수원은 완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연장 운행을 승인해준 이은철(71)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서울대 공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원자력 분야에서 '안전(安全) 해석' 전공자다.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더 이상 안 돌리겠다고 하니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원전은 한수원이나 개인 것이 아니라 국민 것이다. 조기 폐쇄로 1조(兆) 이상 손실이 예상되는데, 국민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한수원 이사회 몇 사람이 이런 결정한다는 게 기가 찰 노릇이다. 자기 돈이면 한수원 사장, 산자부 장관, 대통령 그 누구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월성 1호기는 2012년 말 '30년 설계 수명'이 만료됐으니 문 닫을 명분은 있는 것이다.

    "설계 수명이란 정해진 기간 별문제 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걸 말한다. 그 기간이 돼도 상태가 좋으면 더 쓸 수가 있다. 통상 원전은 신형 부품을 계속 갈아 끼우고 기술을 업데이트해 '설계 수명'의 두 배쯤 가동된다. 미국에서는 원전의 평균 나이가 60년이다. 그 수명이 80년까지도 연장되는 추세다."

    ―내가 알기로 원전 폐쇄 결정은 두 가지 기준에서 살핀다고 한다. 첫째는 계속 운행하면 안전을 더 이상 확신할 수 없는 경우이고, 둘째는 원전 설비 부품의 교체 비용보다 차라리 새로 짓는 게 돈이 덜 든다는 경제적 판단이 나온 경우다.

    "그렇다. 전문가들 관점에서는 월성 1호기를 폐쇄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3년 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성에 문제 없다'며 연장 운행을 승인해줬다. 지금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경주 지진에 위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재작년 경주 지진은 진동으로 지반이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나타내는 최대지반가속도가 0.0981g였다. 하지만 월성 1호기는 그 힘의 두 배가 넘는 0.2g 이상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최근에는 내진력(耐震力)을 더 보강하는 공사를 진행해왔다. 또 0.1g의 지진이 예상되면 원전은 자동 정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내막을 잘 아는 당사자인 한수원이 '경주 지진에 원전이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니 납득할 수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월성 1호기의 저조한 운영 실적, 적자 누적 등도 조기 폐쇄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들었는데?

    "저조한 운영 실적이라고 하는데, 월성 1호기를 세워놓고 못 돌리게 한 쪽이 누구인가. 탈원전하겠다는 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안 돌린 것이 아닌가."

    ―중수로 방식인 월성 1호기는 발전 단가가 높은 것은 사실 아닌가?

    "경수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높다. 하지만 화력·LNG·신재생 등 다른 형태의 발전소보다는 훨씬 싸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운행 연장을 위해 이미 7000억원을 들여 핵심 부품과 설비를 다 교체했다. 운행을 해야 투자비가 회수되는데, 정지시켜 놓고 그 비용을 발전 단가에 포함하니 당연히 경제성이 나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조기 폐쇄되면 운행 연장을 위해 투입된 7000억원은 그냥 날아가는 셈인데.

    "운행 연장을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중단했을 때의 기회비용, 향후 발전 효율이 낮은 신재생으로 대체해 전력을 생산할 때의 비용, 원전 수출에 끼칠 악영향 등을 따지면 손실액은 1조가 훨씬 넘는다."

    ―한수원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사 12명 중 11명이 조기 폐쇄에 찬성했다. 아무리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 해도 직업 윤리라는 게 있지 않은가.

    "국회도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국가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평가 보고서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하지 않나. 지금 야당이 지리멸렬해 이런 상황을 전혀 막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이은철 前 원자력안전위원장(오른쪽)
    ―한수원은 이사(理事)들의 업무상 배임 책임을 막기 위해 6억6700만원의 보험료를 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수원이 소유하고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험료를 냈다고 들었다. 이는 국민이 낸 전기료로 조성된 기금인데 이런 용도로 사용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집권 초 문 대통령의 지시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했을 때 1000억원 이상 손실이 있었다. 이번에는 천지 1·2호,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의 백지화 조치가 있었다. 이미 부지 매입 등으로 1000억원 넘게 투입됐지만 역시 날아가게 됐다. 정부가 이를 어떻게 보전해줬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대선 후보로서 '탈원전' 공약을 냈지만, 대통령이 된 마당에 제발 현실을 바로 보고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탈원전의 결과는 4~5년 늦게 나타나고 그때쯤에는 회복하기가 늦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난 뒤에 벌어질 혼란에 대해서는 책임을 안 지겠다는 것인가."

    ―국내 원전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에너지원을 다양화할 필요는 있지 않은가?

    "그런 비율 조정은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 지금 문제는 탈원전 정책에 맞춰 무리한 계획을 밀어붙이는 데 있다. 현 정권은 원전 비중을 지금보다 10%쯤 줄이겠다는 것인데, 그 공백을 무엇으로 대체하겠다는 건가. 전력 사용량은 경제성장률의 1.4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빅데이터·인공지능·수소차 등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에너지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발전소로는 이를 맞출 수가 없다."

    ―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정부 기관이나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안정적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안정성은 원자력이나 화력이 담당해왔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낮밤에 따라 영향을 받아 고정적 전력 공급이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 국토 현실에서 신재생을 20%대로 늘릴 수가 없다."

    ―태양광발전소 하나를 만드는 데 서울 여의도 면적의 5배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단지 조성에는 역설적으로 자연환경 파괴가 따른다. 우리나라 지형에서 태양광을 하려면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다. 아마 전국 곳곳에서 민원이 빗발칠 것이다.

    "산을 깎아 조성한 태양광발전소들이 이번 장마에 무너져내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 정부 계획대로 100만㎾급 30기 이상을 조성하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현 정부는 LNG 발전소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청정 에너지로 알려진 LNG는 석탄보다 극미세 먼지를 대량 방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LNG는 수입에 의존한다. 가격 변동성이 커 불안한 측면이 크다. 단가가 비싼 점도 문제이지만 중국이 주요 공급원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에게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무리한 탈원전 추진은 전기 요금 상승과 산업 경쟁력 저하, 수출과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다."

    ―나라를 끌고 가는 현 정권의 핵심들은 자신의 신념과 단편 지식에 의해 내린 결정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과 후유증을 낳을지에 대해 생각이 없다. 과거 칼럼에도 썼지만, 이들에게서 조선시대 공리공담(空理空談)하는 조정 대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까지 어렵게 이뤄온 원전의 기본 인프라가 현 정권 1년만에 급속하게 무너졌다. 숙련된 원전 기술자들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이나 UAE에서 이들을 스카우트하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은 취업이 안 될 원자력 분야를 택하지 않는다. 원전 부품업체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원전 부품은 200만개다. 국내에서 부품 조달이 제때 안 되면 외국에 주문 제작을 의뢰해야 한다. 급하면 중고 부품을 사용할 것이다. 지금까지 원전 사고는 사람 실수로 발생했지만 이제는 부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치기 전에 차라리 지금 모든 원전을 문 닫게 하는 게 옳다."

    물론 그의 마지막 말은 역설(逆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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