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美日 "北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 없다" 이것만은 지켜야

조선일보
입력 2018.07.09 03:19

한·미·일 외교장관이 8일 도쿄에서 만나 "완전한 북한 비핵화 때까지 국제사회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검증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대북 제재 조치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은 데 대한 대응이다.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어떻게든 미국과 만나려고 했던 종전 태도를 확연히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깨려 했을 때는 김정은이 다급해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20여 년간 했던 '살라미 전술' 시간 끌기 행태를 그대로 다시 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선 비핵화 요구를 "강도(强盜)적"이라고도 했다. 강도가 몽둥이 들고 큰소리 치는 격이다.

북한이 이러는 것은 중국을 국제사회 제재 대열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북은 미국 카드를 이용해 중국을 초조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올 들어 3차례나 김정은을 융숭히 대접하며 우호를 과시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의 무역은 단속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중국 인근에서의 불법 해상 유류 거래도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인의 북한 관광도 늘고 있다.

어떻게든 북과의 교류를 재개·확대하려는 한국 정부 조급증도 한몫하고 있다. 세계는 북핵의 가장 큰 피해자가 한국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가장 신중해야 할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평화가 왔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한다. 북한에 철도·도로를 지어주고 협력 사업을 벌일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책임도 크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세계 최악 세습 독재자를 한번 만나더니 "똑똑하고 위대하다"고 했다. 수십 년 해 온 한·미 연합훈련을 미 대통령 입으로 '도발적'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러는데 어느 나라가 대북 제재에 관심을 기울이겠나.

북이 협상장으로 나온 것은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북 제재 때문이다. 대북 제재가 유명무실해지면 북이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한·미·일이 확고한 대북 제재 의지를 다시 다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여기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일이다. 북핵을 평화롭게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대북 제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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