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조준한 '중국 제조 2025'…도대체 무엇이길래

  • 뉴시스
    입력 2018.07.08 07:50 | 수정 2018.07.08 07:56

    /국제부 첨부용/ 트럼프, 시진핑 G2의 대결
    미중 무역전쟁이 6일 맞관세 발효로 현실화됐다. 미국의 관세는 특히 중국의 ‘제조 2025’ 를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는 세계적인 제조국이 되기 위한 3개 단계의 중국 제조업 고도화 계획 중 1단계 행동강령이다. 중국 정부는 이 전략을 통해 과거 양적인 측면에서 ‘제조 강대국’이었다면, 앞으로는 혁신역량을 키워 ‘질적인 면’에서 ‘제조 강대국’이 되고자하는 목적을 분명히 했다.

    '중국 제조 2025'는 5대 프로젝트와 10대 전략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5대 프로젝트는 공업기초강화, 친환경제조, 고도기술장비혁신, 스마트제조업육성, 국가 제조업 혁신센터 구축을 말한다. 10대 전략사업으로 지목된 제조업 분야는 ▲차세대 정보 기술(IT) ▲고정밀 수치제어기(자동선반)와 로봇 ▲항공우주 장비 ▲해양 장비▲선진 궤도교통 장비▲ 에너지 절감·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장비 ▲신소재 ▲생물 의약과 고성능 의료기계 ▲농업기계 장비다.

    중국은 제조 강대국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단계 계획을 세웠다. 즉 세계 주요제조국을 등급별로 1등급(미국), 2등급(독일, 일본), 3등급(중국, 영국, 프랑스, 한국)으로 분류하고, 1단계(2016~2025년) 강국 대열에 들어서고, 2단계(2026~2035년) 독일과 일본을 넘어 강국 중간 수준에 이르며 3단계(2036~2049년) 강국 선두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중국제조 2025'의 시작이 된 ‘볼펜 심’ 사건

    2015년 리커창 총리가 "중국 기업들이 볼펜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느냐"고 질책하면서, 이른바 '볼펜 심 사건'은 당시 중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은 한 해 400억 개의 볼펜,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담당하는 볼펜 생산 대국이지만 핵심 기술인 볼펜심은 만들지 못해 90%를 일본, 독일 등에서 수입한다. 즉 중국이 비행기와 자동차는 만들면서도 정작 고강도 스테인리스강 볼펜심을 만들지 못해 수입에 의존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제조 2025'는 2015년 3월 리 총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정부업무보고에서 최초 소개됐고, 이어 같은 해 5월 국무원이 관련 전문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중국 최대 스테인리스강 생산 업체 타이위안 철강은 5년여 연구 개발 끝에 지난 2016년 볼펜 심용 2.3㎜ 두께의 고강도 스테인리스강을 개발해 났고, 중국 볼펜 제조업체 베이파그룹은 작년 중국산 볼펜 심용 스테인리스강으로 100% 자국산 볼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볼펜심’에 대한 질문이 ‘중국 제조’를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을 불러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제조업의 수준 제고를 실현할 중요 방안이 됐다.

    ▲G2 갈등 속 다시 주목받은 중국 제조 2025

    2015년에 발표된 '중국 제조 2025’가 다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트럼프발 무역갈등이 확산되고, 미국 통상공세의 빌미가 되면서이다.

    중국이 3단계 로드맵을 통해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구상을 명시한 것은 미국이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불쾌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중국제조 2025'가 육성 대상으로 삼은 10대 산업이 고스란히 포함된 500억 규모의 고율 과세 목록을 발표했다.

    이어 6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첨단기술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제조 2025'를 "미국과 많은 다른 나라들의 성장을 저해할 신흥 첨단기술 산업 지배계획"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잃는 일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반면 중국 관영 언론과 관변 학자들은 ‘중국 제조 2025’는 미국이 협상에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대미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등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지만 미국이 ‘중국 제조 2025’ 제한을 통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한다면 중국은 절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제조 2025의 거울이 된 ZTE 사태

    과거에 볼펜심 사건이 있다면 2018년에는 ZTE 사태가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지난 4월 미 상무부는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7년 동안 미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제재를 가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당국은 ZTE가 14억달러 벌금·예치금, 경영진 교체 등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이는 조건하에 해당 제재를 철회했다.

    ZTE 사태로 인해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을 곧 따라잡는다는 위험한 착각에 빠져있고, 이런 착각이 기술 강국 건설의 꿈을 가로막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관영 매체인 커지르바오의 류야둥 편집장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 등 다른 선진국 사이의 큰 격차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중국의 성취를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ZTE 사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지 중국에는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며 더 많은 중국인들이 미중 과학기술 분야의 커다란 격차를 인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 과학기술 분야 최고 전문지인 커지르바오는 '산업 각 영역의 숨통을 쥐고 있는 기술'이라는 주제로 시리즈 보도를 진행해 이미 29편의 보도를 내보기도 했다. 류 편집장은 앞으로도 관련 보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ZTE 사태 이후 여러 회의석상 및 기업 현장시찰에서 핵심기술 확보를 강력히 주문했다. 특히 지난 5월 중국의 최고 과학자 1300여 명이 모인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의 합동연례회의에서는 “현실이 입증했듯이 핵심기술은 마음대로 받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고 구걸할 수도 없다”면서 “핵심기술을 자신의 손에 넣어야만 국가경제와 국방 안전, 국가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며, 관건 핵심기술의 자주화를 실현하고 혁신과 발전의 주동권을 쥐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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