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바보다 적게 번다" 소상공인 호소에도 "최저임금 올리고 보자"는 노동계 대표들

입력 2018.07.07 03:00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소상공인을 다 극빈자로 몰아낼 겁니까?"

정부세종청사에서 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소상공인(小商工人)연합회 소속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용자위원 아홉 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보다 오히려 우리가 적게 번다" "차라리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그의 말에 비장함이 묻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16.4%(1060원) 오른 7530원이다. 이로 인해 일부 근로자는 지갑이 다소 두둑해졌을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편의점에선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잘리고, 아르바이트 학생보다 적게 버는 가난한 사장님들도 생겨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 1분기 자영업자 매출은 1년 전보다 12.3% 감소했다. 소매업 같은 경우는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을 늘리면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이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도 이날 노동계를 대표해 나온 최저임금위원들은 "먼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놓고, 이후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용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자고 한 반면, 노동계 측은 올해보다 43.3% 오른 시간당 1만790원을 제시했다. 지금 최저임금 수준에서도 "당장 죽을 지경"이라는 소상공인들에게 "일단 올리고 나중에 보자"고 답한 것이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매년 그래왔듯 노사는 그때까지 치열한 줄다리기 협상을 벌일 것이다. 노사 의견이 부딪치면 최저임금위에 속한 공익위원들이 중재해 온 게 그간 협상 패턴이었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결정을 사실상 좌우하는 아홉 명 공익위원의 상당수가 친노동·친정부 성향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들이 죽을지 살지는 이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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