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때려죽이기'나 문재인 정부의 '말려 죽이기'나 똑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외(法外)노조 (통보를) 취소하라."

6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 전교조 조합원 2000여 명이 모여 문재인 정부 규탄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0일 청와대가 "(현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자, 전교조 지도부는 연일 청와대 앞에서 노숙 투쟁을 벌이다 이날 전국 교사들이 집단 연가(年暇)를 내고 상경해 시위를 벌인 것이다.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참석한 2000여명의 전교조 관계자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전교조는 1·2심 법원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현 정부가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교사 40명은 현장에서 삭발하기도 했다. 한 교사는 "오늘 자른 이 머리칼이 당신(문재인 대통령)의 모든 것을 졸라매는 사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교조 시위 현장은 이렇듯 서슬 퍼렜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청와대가 왼쪽 손에만 촛불 들고 노골적으로 우회전 깜빡이 넣으며 자본 존중 사회로 치닫고 있다"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청와대에 기회를 부여하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결별하려 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과 이별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전교조는 지난 2013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둘 수 없는 교원노조법을 어겨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1·2심 재판부도 정부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래도 전교조는 현 정부를 상대로도 "지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잘못됐으니 지금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그간 "법외노조 취소 여부는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가 가능한지) 법률 검토해보겠다"면서 한 발짝 진전된 '신호'를 보내자 전교조에선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직권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자 전교조가 "청와대가 말을 뒤집었다"며 대규모 연가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날 현장에선 "촛불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1700만 촛불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얻은 표보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 10명이 지방선거에서 얻은 표가 더 많다"는 말도 나왔다.

교육계에선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가 현 정권에서도 계속 무리수를 둔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우군(友軍)으로 여긴 전교조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15년 전 노무현 정부 때와 판박이 같은 상황"이라는 말도 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전교조는 "학생 개인 정보가 샐 수 있다"는 등 이유로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에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민정수석인 문재인 대통령이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서 정부와 전교조가 비밀 협상을 통해 당시 교육부가 "나이스 도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반발에 부닥쳐 6일 만에 '철회 방침'을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낸 자서전에서 "참여정부 초기 그 중요한 시기에 교육부나 전교조는 그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전교조 연가 투쟁에 대해 교육부는 "위법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징계 등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교육부는 연가 투쟁은 국가공무원법의 집단행위 금지 위반으로 징계했다. 작년 12월 연가 투쟁 땐 전교조에 연가 투쟁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번엔 이마저도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제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현 정부가 전교조의 불법 행위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