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고 꼼꼼한 당신, 혹시 불안 때문인가요?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8.07.07 03:00

    美 경제지 저널리스트 피터슨, 25년 넘게 겪은 '불안 장애' 고백
    불안의 정의·치료법 등 아우르며 개인사 통해 사회 病症도 파헤쳐

    불안에 대하여

    불안에 대하여

    앤드리아 피터슨 지음박다솜 옮김|열린책들
    440쪽|1만6000원

    앤드리아 피터슨은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하는 기자다. 결혼 생활은 행복하며, 사랑스러운 일곱 살짜리 딸이 있다. 친구가 많고, 사랑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고, 좋은 학교를 나왔다. 그럼에도 그녀는 25년 넘게 악전고투를 벌여왔다. 그 괴로움은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불안 장애 환자다.

    피터슨은 하루 수차례 공황 발작을 겪는다. 비행, 고속도로 운전, 약물 투약, 흙 만지기, 새 치약 튜브 쓰기 등에 대한 공포증을 지녔다. 광장 공포증 때문에 영화관도 경기장도 갈 수 없다. 그녀가 유별난 걸까? 통계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13세 이상 미국인 셋 중 한 명이 살면서 적어도 한 가지는 불안 장애를 겪는다. 여성만 놓고 보면 비율은 약 40%로 더 높아진다. 한 해 미국 성인 약 4000만명이 불안 장애를 겪는다.

    굳이 '현대인의 만성 불안' 같은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 수치만으로도 피터슨의 불안 장애는 충분히 보편성이 있다. 대학교 1학년 여름에 발병한 병력(病歷)을 바탕으로 불안의 정의, 유전학, 치료법 등을 아우르는 시도가 단순한 개인사의 고백을 넘어 사회의 병증(病症)을 파헤치려는 저널리스트의 도전으로 읽히는 건 그 때문이다.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의 뇌는 쉼 없이 지평선을 훑으며 위험을 찾는다. 그들은 실제로 세계에서 더 많은 위험을 보고, 모호한 상황을 부정적이거나 위험한 상황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의 뇌는 쉼 없이 지평선을 훑으며 위험을 찾는다. 그들은 실제로 세계에서 더 많은 위험을 보고, 모호한 상황을 부정적이거나 위험한 상황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Getty Images Bank

    불안 장애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불안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대략 두 배 높고 병세가 더 오래간다. 성별(性別)에 따른 양육 방식 차이 때문이다. 어른들은 여아가 불안을 느낄 경우 보호하려 들고 무서운 상황을 피하도록 허락한다. 반면 남아는 참으라는 말을 듣는다. 젠더와 불안을 연구해 온 한 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여자아이에게 '불안하다면 안 하는 게 나아'라고 가르칩니다. 반면 남자아이는 이렇게 배웁니다. '불안하더라도 해야만 해. 할 수 있어. 그럼 불안함도 가실 거야.'" '노출 치료'는 불안 장애 치료의 핵심이다. 남자아이는 양육 방식 덕에 지속적 노출 치료를 받지만 여자아이는 원천적으로 노출을 차단당한다.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이 완치 불능의 질병과 함께 살아가려 노력하는 저자의 태도다. 항상 마감에 시달리고, 때로는 적대적이고 낯선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전화를 걸어야 하는 직업을 택한 데 대해 피터슨은 말한다. "경쟁사에 물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절어 살았다. '뉴욕타임스'를 펼칠 때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불안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아무 근거 없는 막연한 불안을 이겨 내는 데에는 도리어 도움이 되었다." 그는 일을 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 즉 질환, 광기, 죽음을 가까이 해야 했기 때문에 직업이 여러 면에서 지속적 노출 치료와 같았다고 한다. 완벽주의에 따른 행동 지연 때문에 마감이 닥쳐서야 글을 쓰고, 9·11 직후 탄저균 테러 땐 공황 상태로 톱 기사를 망쳐버리기도 했지만 불안은 여러 면에서 그녀가 일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일을 망칠까 봐 두려워서 나는 철자법을 세 번씩 확인하고 인터뷰를 굳이 하나 더 딴다. 소셜미디어에 기사가 공유된다는 것은 실수가 대중들의 눈에 낱낱이 까발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불안과 편집증은 유용한 자질이 될 수 있다. 불안은 나를 용감하고 대담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책을 쓰는 내내 자문한다. '만약 불안을 없앨 수 있다면 내가 그걸 택할까?' 답은 이렇다. "단언컨대 나는 불안을 선물로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불안이 내게 안겨준 경험들을 지우면 그 인생을 사는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닐 테니. 불안에 맞선 고군분투가 없다면 나는 다른 사람일 테니. 내가 불안하다는 것은, 매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무른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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