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번역본 전쟁

조선일보
  • 이한수 Books팀장
    입력 2018.07.07 03:00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한국칸트학회가 기획해 1차분 3권을 출간한 '칸트 전집'을 두고 관련 학계의 논쟁이 뜨겁습니다.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칸트 저작을 15년 넘게 번역해 온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번역에 대해 "학회를 권력 기구로 만들어 다른 해석을 말살하려는 일부 사이비 회원들의 비학문적인 기획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편 '전집' 번역에 참여한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학회 차원의 번역이 '특정 번역어와 학설을 회원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백 교수가 생각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되지 않나"라고 반박합니다.

    '상상된 공동체'

    이 싸움에는 출판사의 자존심도 걸려 있습니다. 백종현 번역본은 학술 전문 출판사 아카넷이, 칸트학회 번역본은 한길사가 출간을 맡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앞서 두 출판사의 '1차전'이 있었습니다. 아카넷은 지난 4월 토크빌 저작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를 출간하면서 국내 첫 프랑스어판 완역본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영역본을 번역한 기존 책은 '중역(重譯)의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지요. 기존 번역은 한길사가 20년 전 출간한 '미국의 민주주의'입니다.

    이번 주엔 베네딕트 앤더슨의 저서 '상상된 공동체'〈사진〉가 새로 나왔습니다. 책을 낸 출판사 길은 "기존 번역본은 오역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다"고 출간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책은 20여년 전 나남이 '상상의 공동체'란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여러 번역본이 나오는 일은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요. 독자는 과연 어떤 번역본에 손을 들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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