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겪은 제주 4·3사건… 소설 속에선 더 생생하다

입력 2018.07.07 03:00

불과 재

불과 재

현길언 소설집|물레|354쪽|1만7800원


제주도 출신 작가 현길언(78)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중단편 소설 6편을 묶었다. 아홉 살 때 그 비극을 겪은 작가는 평소 "4·3사건은 의로운 저항이나 봉기가 아니라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으킨 반란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소설은 제주도 주민을 항쟁의 주체가 아니라 비극의 피해자로 그려냈다. 남로당의 무모한 투쟁으로 일어난 사태가 군경 토벌대의 과잉 진압으로 악화됐고, 주민 공동체가 좌우로 갈라져 억울한 죽음을 숱하게 낳았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남로당은 주민들을 희생시키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남몰래 섬을 탈출한 뒤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파렴치 집단이다. '폭도의 가족'으로 찍힌 주민들이 토벌대에게 학살당한 과정엔 폭도로 인해 피붙이가 살해된 주민들의 피비린내 나는 보복도 끼어들었다. 소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애써 그 비극을 망각하거나 왜곡하려고 한 세태도 냉정하게 다룬다. 작가는 "그 사건을 겪었던 사람들의 침묵과 그 사건을 귀와 글로 배웠던 사람들이 그 사건의 주인공처럼 행세하는, 역사에 대한 불경스러움을 대할 때, 다시 그 사건이 살아나는 것처럼 소름이 돋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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