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이번엔 프랑스 논술 '바칼로레아'인가

조선일보
  • 김은실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8.07.07 03:00

    [김은실의 대치동 24시]

    프랑스 학생들이 바칼로레아를 치르는 모습.
    프랑스 학생들이 바칼로레아를 치르는 모습. / 조선일보 DB
    얼마 전 TV에서 프랑스 바칼로레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해 시험 주제를 두고 시내 카페와 광장 등에서 토론의 장을 벌이고 있었다. 그 성숙함과 세련됨에 감동을 받았다. 가장 비중 높은 철학 영역은 한 문제를 놓고 4시간에 걸쳐 작문을 한다니, 조선시대 과거제도가 떠오르는 대입시험이다.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바칼로레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그것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교육 혁신의 완성은 평가 혁신'이라며 "4년 내에 학생 평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교육청은 작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평가 방법 중 하나로 국제 공인 논술시험인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교육 소(小)통령'이라는 교육감 자리에 있으니 잘해보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걱정부터 앞선다.

    본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 논술, 15등급, 9등급, 입학사정관제, 학생부 종합전형…. 입시정책은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수십 차례 바뀌어왔다. 바칼로레아와 비슷한 시험인 논술은 1994년 도입됐다. 초기에는 학생의 생각을 토대로 자유롭게 답안을 작성하도록 유도했고, 얼마나 논리 있게 주장을 펼치는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채점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정답이 있는 논술'로 바뀌어갔다. 비교과 영역까지 두루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도 공정성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면접관들이 점수라는 정량 요소뿐 아니라 잠재 능력 같은 정성 요소까지 평가하기 때문이다.

    바칼로레아가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는 입시 제도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입시에 대입해 보면 물음표가 따라온다. 논술조차도 학교에서 소화하지 못해 사교육의 몫으로 채워졌다. 지금 학교에서 바칼로레아식 교육이 이뤄지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함은 당연지사다. 교과서, 학습과 평가 방법, 교사 교육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런 준비 없이 조 교육감 말대로 4년 내에 시험 형태가 바뀐다면, 바칼로레아 역시 온전히 사교육 차지가 될 것이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올해부터 확대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혁신학교의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시행 예정이었던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령이 헌법재판소 판결로 효력이 정지되면서 입시생들은 '멘붕'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은 먼 나라 얘기로만 들리는 바칼로레아라는 천근 돌덩이를 또 얹으려 한다. 바칼로레아는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200년 넘게 프랑스의 교육 정책 설계자들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다른 나라 사례를 좇기보다 백년대계로서의 입시 정책부터 세우는 게 교육 당국이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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