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의 인사 개입' 부인하던 靑, 3시간 만에 시인

입력 2018.07.06 03:01

국민연금 CIO 후보였던 곽태선 "장 실장, 전화로 지원 권유" 폭로
靑 "덕담으로 한 전화" 해명 후 곽씨가 반박하자 사전교감 인정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라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유력한 기금운용본부장 후보였다가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청와대 개입을 폭로한 데 대해 청와대가 부인했다가 곽 전 대표의 재반박이 나오자 3시간 만에 결국 인사 개입을 시인했다.

곽태선 전 대표는 5일 본지 통화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월 30일 전화를 걸어 본부장에 지원할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이 "해외 경험이나 경력 등 여러 면에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곽 대표를 좋게 보더라"고 전했다는 것이다. 본부장 자리를 놓고 청와대와 국민연금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다. 곽 전 대표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도 '지원서 작성에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곽 전 대표는 "4월 말 김성주 이사장을 만나 사실상 내정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곽 전 대표가 서류와 면접 전형에서 후보자들 가운데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하성(왼쪽)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곽태선(오른쪽)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뽑는 공모 과정 전 장 실장에게서 지원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청와대의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장하성(왼쪽)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곽태선(오른쪽)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뽑는 공모 과정 전 장 실장에게서 지원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청와대의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뉴시스·이태경 기자
곽 전 대표의 폭로가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8시쯤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장 실장이 추천한 것이 아니라 덕담으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곽 전 대표는 그러나 "장 실장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었다"며 "그날 20여 분간 통화하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중요성, 본부장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재반박했다. 곽 전 대표가 장 실장에게 "갑작스러운 전화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금운용본부 내의 실장 중에서 승진해도 되지 않느냐"고 묻자, 장 실장은 "아무리 찾아도 국내에는 학연·지연 없는 사람이 안 보인다"며 본부장 공모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곽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재반박하자 3시간 뒤인 오전 11시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장 실장이 지원해보라고 전화로 권유한 것은 맞는다"며 "다만 심사는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사실상 곽 전 대표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병역도 있고 국적 문제도 있고, 검증해 보면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탈락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곽 전 대표는 "26개월 군복무 하지 않은 것이 민감할 수 있다는 전화를 김성주 이사장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민 1.5세대인 곽 대표는 1990년 미국 국적을 포기했는데, 나이가 서른이 넘어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적이나 병역이 문제였다면 서류 단계부터 걸러야 했다는 것이 곽 전 대표의 주장이다.

'진짜' 낙마 사유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개인 일이라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곽 전 대표는 "정부가 지배 구조 개선에 나서려면 기금운용본부가 여러 부처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데 내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본 모양"이라고 했다. 한 자산 운용사 임원 역시 "자금 운용 능력은 출중한데, 대기업에 앞장서서 칼 휘두를 수 있는 인물인가 하는 데서 막힌 것 같다"고 말했다. 능력이 아닌 정부의 코드 검증에 걸렸다는 이야기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민 노후 자금 635조원을 운용하는 최고 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만 공석이 아니다. 본부장 직무대리를 해왔던 조인식 해외증권실장이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해 주식운용실장, 해외대체실장 등 주요 운용실장 5석 중 3석이 공석이 됐다.

야당은 장하성 실장 개입 정황과 관련해 "그야말로 국정 농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실이라면 그 이유를 철저히 밝히고 청와대는 장 실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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