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누비는 웹툰테이너 "마감 안 지키는 버릇 고쳤어요"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07.06 03:01

    데뷔 10년, 웹툰 작가 기안84… '패션왕' 이어 '복학왕' 흥행
    예능·드라마·CF까지 맹활약, 8월 부천만화축제 홍보대사 맡아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웹툰 작가라면, 기안84(본명 김희민·34)가 첫손에 꼽힌다. 웹툰 너머 엔터테인먼트 전반으로 보폭을 넓힌 '웹툰테이너' 1세대. 동명 영화로 제작된 출세작 '패션왕'에 이어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도 5년째 순항 중이고,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한 각종 예능·드라마 출연으로 전국구의 지명도를 획득했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는데 '만화, 그 너머'라는 올해 테마는 그가 간택된 이유를 설명한다.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무슨 만화 보냐' 물으면, 일본 만화 대신 웹툰을 꼽더군요.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기안84가 말했다.

    올해로 데뷔 10년. 군 복무했던 의무경찰을 소재로 '노병가'(2008)를 그리며 만화계에 입문했다. 필명은 당시 거주하던 경기 화성시 기안동에 출생 연도를 붙여 만든 것이다. 구질구질한 일상의 세묘와 이를 뒤집는 황당무계한 판타지, 현실과 비현실의 낙차가 발생시키는 강력한 전류를 그의 만화는 보여준다. '패션왕'을 꿈꾸던 평범한 고등학생 우기명이 '복학왕'에 이르러 지방 부실 대학에서 젊음을 탕진하는 일련의 에피소드는 너무도 실제라 섬뜩하고, 뒤늦게 정신 차리고 다시 패션왕 대회에 나가 꿈을 펼치려 할 때, 독자들은 그 전복의 결말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원래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만화를 1년 준비했는데 편집부 반응이 안 좋았어요. 며칠 만에 후다닥 그려낸 게 '복학왕'이에요.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제 식대로 그리다 보니 괜찮아졌어요." 이 만화는 모바일 게임으로도 제작됐다.

    4일 만난 웹툰 작가 기안84는 “‘복학왕’이 해피엔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우기명의 성장 위주로 최대한 재밌게 그리고 싶다”면서 “다음 주 분량부터 본격적으로 재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4일 만난 웹툰 작가 기안84는 “‘복학왕’이 해피엔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우기명의 성장 위주로 최대한 재밌게 그리고 싶다”면서 “다음 주 분량부터 본격적으로 재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그 흔한 수능 7·8·9등급 학생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를 제시하는 취업 불가, 똥군기, 비이성적 이성 탐닉의 블랙 유머. 그 와중의 자기 환멸을 만화는 놓치지 않는다. "디테일요? 저도 여러 경험을 해봤고, 주변을 봐도 사람 사는 게 대개 거기서 거기더라고요." 간혹 주인공에게서 작가가 발견되기도 한다. "닮았죠. 찌질하고. 제 경험이 절반이거든요. 분위기 암울하다는 평도 제 성향 탓이겠죠." 다큐멘터리 앵글의 반대 축에 있는 극적인 과장은 이 만화의 큰 재미다. '멋 대결'을 벌이던 주인공이 귀여움을 극도로 끌어올리려 신생아와 애완묘로 변신해버리는 전개. "대결 장면만 보면 일본 만화 '격투맨 바키' 짝퉁이죠. 지금도 꺼내보는 만화책인데, 나이 들어서도 손이 가는 건 '볼 때 재밌고 덮으면 생각 안 나는' 만화 같아요."

    웹툰테이너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화장품 CF도 찍었다. 3년 전 한 예능에서 그는 "만화 2년 연재해 30평 아파트와 차 한 대 뽑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수입은 더 늘었어요. TV 출연 수입은 전체의 10분의 1 정도?" 방송은 그저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연재할 땐 일주일에 4~5일 집에만 있어요. 베트남 여행 가서도 숙소에서 마감한 적 있고요. 그렇게 살다가 여러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하지만 본업이 만화라는 건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마감 시간 안 지키기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네이버 사옥에 연금(?)된 상태로 연재한 적도 있다. "이제 대놓고 TV 나가는데 마감 늦으면 대놓고 욕먹잖아요. 더 열심히 그리게 돼요. 시간 없다는 건 핑계였어요. 비로소 전에 없던 비축 원고가 생겼거든요."

    만화의 성공은 그러나 여전히 골방에서 길어 올릴 수밖에 없고, 데뷔 7년 차부터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오늘도 약 먹고 왔어요. 술도 끊어야 한다는데, 그거까진 못 하겠어요. 낙이 없어지니까." 목표는 "40대까지 즐겁게 그리는 것"이다. "일단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웠어요. 마흔 전에 장가부터 가려고요. 틈틈이 헬스장 가서 운동도 해요. 배 나온 총각은 아무래도 인기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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