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같은 가구, 일상 같은 미술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7.06 03:01

    영은미술관서 '삶 속의 예술'展… 그림과 가구 만나 빚은 예술공간

    체구 작은 여성의 키와 맞먹는 나무 빨래집게가 미술관 한가운데 있다. 어느 작가의 설치 작품인가 했더니 앉아도 된단다. 이탈리아 친환경 디자인 가구업체 '리바1920'에서 만든 벤치다. 이 전시장 안에서 여느 조각가의 작품처럼 보이는 건 모두 앉을 수 있는 가구다. 그렇다고 벽에 걸린 하얀색 문도 가구인가 의심할 필요는 없다. 조각가 김윤경의 작품이다.

    미술 같은 가구와 일상 같은 미술이 함께 어우러진 '삶 속의 예술' 전시가 경기도 광주시 영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 가구와 국내 작가 여섯 명(강형구, 방혜자, 소진숙, 배미경, 박승순, 김윤경)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 전시다. 영은미술관 최주연 학예사는 "오늘날 미술 작품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매김했고, 가구 또한 실용적 기능뿐 아니라 심미적 가치가 반영된 독자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특히 장인들이 만든 이탈리아 디자인 가구는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미술관에도 어울린다"고 했다.

    이탈리아 가죽 가구 브랜드 박스터의 소파(왼쪽)와 방혜자의 ‘우주의 빛’.
    이탈리아 가죽 가구 브랜드 박스터의 소파(왼쪽)와 방혜자의 ‘우주의 빛’. /영은미술관

    자칫 '쇼룸(가구 전시장)'으로 보일까봐 그림을 먼저 건 뒤 작품과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배치했다. 가구와 미술품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공간'이야말로 이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장식이나 색채를 절제해 리바1920의 탁자와 박승순의 역동적인 작품이 어우러지면서 공간에 '정중동(靜中動)'의 율동감을 만들어낸다. 얇은 갈색 가죽을 격자로 누벼서 만든 박스터의 소파는 방혜자의 '우주의 빛'이 뿜어내는 푸른색 작품의 빛을 받아 경건하고 온화한 공간이 된다. 의외의 발견은 알플렉스의 산호색 소파와 인물화로 유명한 강형구가 그린 파란색 '오드리 헵번'의 조화다. 집에 인물화 거는 것을 꺼리는 고정관념을 깰 만큼 공간 안에서 경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소파, 탁자가 놓인 전시 공간은 여느 집 거실이나 주방과 비슷해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배울 게 많은 전시다. 그림이 어떻게 가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그림과 가구가 어떤 공간을 만드는지, 실생활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9월 30일까지. (031)76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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