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4일 기각됐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이 차관 시절 '국민노총'이라는 단체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지원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소명(疏明)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보완 수사를 거쳐 다시 영장을 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검찰은 "최근 노조와 관련된 공작 사건에서 영장 기각에 뭔가 다른 기준과 의도가 작용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공작'이라고 하고, 어떤 근거 제시도 없이 영장 기각에 '의도'가 있다고 한다. 정치판도 아니고 법을 다룬다는 검사들의 말과 인식이 이렇다.
이 전 장관을 수사한 부서에선 '삼성전자 노조 설립 방해 의혹' 수사도 석 달째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14건 가운데 12건이 기각됐다. 검찰은 그 기각에 대해서도 반발하면서, 한 피의자를 지칭해 "중대한 헌법 위반 범행을 저지른 자(者)"라고 했다. '인격 말살'에 가까운 언행을 국민을 향해 거리낌없이 한다. 언론에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내용이 이런 수준이니 검찰청 조사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안 봐도 뻔하다. 누가 검찰에 이렇게 할 권한을 줬나.
강원랜드 채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4일 기각됐다.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느냐를 놓고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총장과 '청구하자'는 수사팀이 이견을 빚었다. 자기들 내부적으로도 곤란하다고 본 영장을 막무가내로 청구해 놓고선 막상 기각되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검사들의 안하무인 행태를 보면 이들의 짜맞춘 수사로 감옥에 간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는 검찰의 '적폐(積弊) 수사' 과정에서 한 사람이 대여섯 번씩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다른 혐의를 들이대 구속된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근거도 희박한 '재판 거래'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대법원 수사까지 벌이고 있다. 검찰은 멈춰 서서도 안 되지만 폭주해서도 안 된다. 어느 쪽도 법치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