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 해임" 靑 청원 쇄도한 이유는

입력 2018.07.05 15:08 | 수정 2018.07.05 16:44

“100m 달리기·팔굽혀펴기, 꼭 필요한가” 지적 논란
靑국민청원에 ‘경찰 성평등정책 담당관 해임’ 요구
“근력없는데 범인 어찌 제압하나” 비판도
해외는 ‘같은 조건’에 합격점 기준만 달라

“체력검정평가 결과는 성별보다 연령별 차이가 훨씬 크다. (여성 경찰 채용이 경찰력을 약화시킨다는) 이런 논리라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50대 남성 경찰들은 모두 그만둬야 한다… 현재 평가 종목인 100m 달리기·팔굽혀펴기 등이 경찰 업무에 정말 필요한 역량인지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힘쓰는 일이 필요한 직무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이 지난달 29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경찰 숫자 확대에 따라 치안력이 약화될 우려는 없는가’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담당관의 발언이 여경의 체력검정 기준 완화나 여경 채용 때 달리기나 팔굽혀펴기를 폐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경찰 안팎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성은 담당관의 해임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물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빈번하게 맞닥뜨리는 경찰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라며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 팔굽혀펴기 하나 하지 못하는 여성 경찰이 나를 도우러 와준다면 과연 나의 생명은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이 청원은 6일이 지난 5일 현재 7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성은 담당관의 징계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이 8건이 올라왔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의 해임을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캡처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5일까지 경찰과 소방관의 체력시험 기준을 성별에 관계 없이 동일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23건이 올라왔다. 대부분 모두 여성의 체력검정기준이 남성보다 느슨해, 남성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팔굽혀펴기도 못 하는데 무슨 경찰” 논란…이 담당관 “의도 잘못 전달돼”
이 담당관의 발언이 보도되자 경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경찰 내부망과 온라인 카페에는 "팔굽혀펴기도 못 할 정도의 근력이라면 경찰을 하면 안 된다" “범죄자가 여성 경찰에게만 친절한가”라는 비판글들이 이어졌다.



경찰공무원(순경) 채용 신체·체력 검사 응시자들이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조선일보DB
서울 경찰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최모(32)씨는 "주취자를 제압하는 현장에서 여경들을 보호해야할 때가 많다”며 “남자든 여자든, 경찰이 되려고 한다면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근력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지구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여경은 “경찰 외근 업무에 팔굽혀펴기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담당관의 이력을 두고 “경찰 조직에 대해 잘 모르는 외부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여성학 박사인 이 담당관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희망제작소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경찰청이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로 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하면서 지난 4월 특채(4급 서기관)됐다.

이 담당관은 논란이 커지자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담당관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체력검정 얘기를 하게 된 것은 경찰 직무에 더 적합한 체력검정 평가 항목이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였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현장에서 경찰에 요구되는 체력검정 방식을 고민해 새롭게 도입하는 추세여서 100m 달리기나 팔굽혀펴기 이외에 더 나은 방식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용역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기존의 체력검정이 필요 없다거나 50대 남성 경찰들이 조직을 나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논란의 핵심은 ‘팔굽혀펴기’…해외 여경들은
여경의 체력검정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시험 난이도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그런 걸까. 경찰 체력검정표에 따르면 윗몸일으키기·달리기 등은 합격 기준만 여성이 소폭 낮을 뿐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본다. 100m달리기의 경우 남성은 13초 이내에, 여성은 15.5초 이내에 들어와야 10점 만점을 받는다. 윗몸 일으키기는 남성은 58회, 여성은 55회 이상부터 10점을 받는다.

그러나 팔굽혀펴기만은 평가 기준이 다르다. 여경 지원자들은 무릎을 굽히고 시험을 본다.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찰시험에서 여경들이 무릎을 굽히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영상이 ‘조롱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외국도 ‘남녀간 신체 차이’를 인정하면서 여성경찰을 선발한다. 박선영 목원대 경찰법학과 교수의 '각국 여경 제도 및 운영에 대한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 역시 한국처럼 여경과 남자경찰관의 체력 검정에서 차이를 둔다. 신체적 차이점을 고려한 것이다. 워싱턴주의 경우, 남자경찰관은 2마일을 21분 이내에 달려야 하지만 여경의 경우에는 25분 이내에 달리면 된다. 남자경찰관은 1분 동안 팔굽혀펴기 35회와 앉았다 일어서기 35회를 해야 하지만 여경에게는 각 15회씩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시험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무릎을 굽힌 채로 팔굽혀펴기를 하지 않는다. 프랑스와 영국은 남녀의 체력검정 기준이 같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차라리 해외처럼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여성의 합격 기준을 현실적으로 하향조정하는 한편, 팔굽혀펴기 등 시험을 남성과 똑같이 보게 해야 한다"면서 “채용 이후에도 정기적인 체력 강화 훈련을 받도록 하고, 체력을 인증받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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