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마을버스를 운전한 기사가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기사는 이미 3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버스 기사 서모(55)씨는 지난 2월 3일 오후 7시 50분쯤 술을 마신 상태로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을 출발해 서울 마포구 연남동까지 12㎞를 운전했다. 주택 밀집 지역을 지나가는 이 버스에는 당시 퇴근길 승객 1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서씨는 연희동 골목에서 주차된 차량 1대를 들이받았지만 운행을 멈추지 않았고, 놀란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 측정 결과 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79%였다. 70㎏ 남성이 소주 2병을 마셔야 나오는 수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 단독 박승혜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서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서씨는 이미 3차례 음주 전과가 있었다. 2008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2010년 벌금 250만원, 2015년에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씨는 3번째 음주운전 적발 때 면허가 취소됐지만, 2년 후 재취득 제한이 풀리면서 다시 면허를 따고 연희동 소재 한 버스회사에 취업했다.
재판부는 "수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고도 같은 죄를 반복했고, 대중이 이용하는 마을버스를 만취 상태에서 운전해 다수 승객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씨는 현재 형(刑)이 과도하다고 항소한 상태다.
상습 음주운전자인 서씨가 버스를 몰 수 있었던 것은 마을버스 회사가 기사를 채용할 때 범죄 전력을 조회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 마을버스 회사들의 경우 기사 선발 때 '지원만 하면 합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마을버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임금 보전이 되는 준공영제 시내버스 회사로 이직하려는 마을버스 기사들이 많아지면서 일손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음주 경력자 채용을 막기 위해 마을버스 회사에 채용 전 음주운전 처벌 여부를 알아보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다만 음주운전 경력자를 채용했다가 적발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은 없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마을버스·시내버스·관광버스를 포함한 '버스 음주운전 사고'는 2013년 159건에서 2016년 104건까지 줄었다가 2017년 253건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