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기획위 산하 재정개혁특위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를 9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리는 안(案)을 발표한 다음 날 기획재정부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경제 부총리는 "금융소득 과세 확대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며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청와대 산하 위원회가 만든 금융 증세안이 정부 내 조율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당에서도 반대론이 나온다고 한다. 청와대 특위 따로, 정부·여당 따로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금 문제가 하루 만에 번복되고 오락가락 혼선 빚는 나라가 세상 또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재정개혁특위의 금융 증세안은 애초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산층이나 은퇴자 등에게 세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고, 경기 하락세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특위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도 이런 우려를 전달하며 반대 입장을 취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와 특위 측은 개편안이 '자문기구의 권고안'에 불과하다며 발을 빼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특위가 내놓은 증세안이 단순한 권고 사항이라고 여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주무 부처 반대를 묵살하고 조율되지 않은 증세안을 밀어붙인 특위의 무모함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 정부 들어 부처 간 엇박자로 혼선 빚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는데도 총리와 고용부 장관 말이 다르고, 당·정 간에 엇갈린 얘기가 나온다. 반도체 공장 정보의 공개를 둘러싸고 고용부와 산업부가, 재건축 연한 연장을 놓고 국토부와 기재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이 가상 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7시간 만에 청와대가 백지화한 일도 있다. 정책 기조가 큰 틀에서 조율되지 못하고 각 부처가 각개약진하는 양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세금은 국가를 운영하는 가장 큰 기본 가운데 하나다. 국민이 납세 의무를 지는 것처럼, 세금을 어떻게 걷어 어떻게 쓸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고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코드 맞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사람들을 특위 위원에 앉힌 뒤 '부자 증세'는 해도 된다며 세금 더 걷을 궁리만 한다. 그렇게 만든 증세안이 하루 만에 주무 부처와 여당 반대에 부닥쳤다. 이게 제대로 된 정부냐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