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전투복 '펜슬 스커트'가 돌아왔다

조선일보
  • 최보윤 기자
    입력 2018.07.04 03:01

    사무직 여성 스타일의 대명사… 2차 대전 후 옷감 아끼려 탄생
    패션쇼부터 드라마까지 점령

    사무직 여성 스타일의 대명사인 펜슬 스커트(pencil skirt)가 패션계에 돌아왔다. 펜슬 스커트란 몸 선에 맞게 재단된 무릎 정도 길이의 일자형 치마. 연필을 닮은 듯 길어 보인다 해서 펜슬 스커트란 이름이 붙었다. 기본 중의 기본 스타일이어서 지루하게만 보였던 그 의상이 최근 들어 가장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인기의 활시위를 당긴 건 '오피스룩 끝판왕'이란 애칭까지 붙은 tvN의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의 주인공 박민영. 매사 완벽한 '비서의 전설' 김미소 역할의 박민영은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라인으로 빈틈없어 보이는 캐릭터를 돋보이게 한다. 박민영의 스타일을 맡은 인트렌드 김보미 실장은 "사랑스러워 보이는 파스텔 색조를 기본으로 목선이 길어 보이는 V자 라인 시폰 블라우스를 입어 되도록 길어 보이게 연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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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펜슬 스커트 차림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②탤런트 김희선은 긴 길이의 펜슬 스커트로 변화를 준 펜디의 2018프리폴 컬렉션 의상을 택했다. ③허리선 장식으로 배를 감춰주는 막스마라 2018 봄여름 컬렉션 의상. ④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오피스룩으로 화제를 모은 탤런트 박민영. /AFP·펜디·막스마라·tvN

    드라마 때문에 생긴 트렌드 같지만 패션계에서 펜슬 스커트의 인기는 이미 예고됐다. 2018 봄여름 시즌 패션쇼 무대의 주인공 중 하나가 바로 펜슬 스커트였다. 대조적인 색상 조합에 능한 프라다에서부터 긱 시크(geek-chic·괴짜풍의 패션 스타일)의 선두 주자인 구찌, 중성적인 스타일을 주로 선보였던 발렌시아가 등이 펜슬 스커트 스타일에 공을 들였다. 다양한 패턴과 트임, 소재의 변주로 제복에서 파티복 스타일까지 응용했다.

    1954년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이 펜슬 스커트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실용성에서 출발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음식과 옷 등이 배급제였기 때문에 옷감을 아끼면서도 세련돼 보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펜슬 스커트다. 이전까지 여성들은 주로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를 주로 입었다. 2차 대전 이후 일터에 나가는 여성이 늘면서 일터용 '전투복'이 된 셈이다.

    여권 신장과 함께 '권력'도 상징했다. 과감한 패션 감각으로 화제를 모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나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이 대표적인 펜슬 스커트 마니아다. 평창올림픽 당시 방한한 이방카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펜슬 스커트 정장을 외교 의상으로 택했다. 이번 시즌 '섬세함도 강해질 수 있다(Delicacy can be strong)'를 내걸고 다양한 펜슬 스커트를 선보인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이 주목받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단점도 있다. 몸에 너무 꼭 맞으면 의도치 않게 섹시해 보일 수 있다. 1960년대 섹스 심벌인 배우 메릴린 먼로나 베티 페이지의 풍만함을 완성한 것도 펜슬 스커트다. 엉덩이를 씰룩이면서 걷는 '먼로 워크'가 여기서 탄생했다. 김보미 실장은 "몸에 너무 딱 맞는 화려한 원색 스커트 대신 톤온톤(tone-on-tone·비슷한 색감)에 여유 있는 라인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륨감이 없으면 펜슬 스커트가 오히려 볼품없게 보일 수 있다. 디자이너 카티아 조는 "단단한 소재로 몸매를 만들어주는 스타일이 좋고 배가 나왔을 때는 주름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신발은 앞 코가 뾰족하거나 누드 톤으로 택해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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