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검찰 칼끝이 '탈원전' 향할 날

입력 2018.07.04 03:14 | 수정 2018.07.04 03:49

안준호 산업1부 기자
안준호 산업1부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해 "2022년까지 운영하는 데 안전성엔 문제가 없지만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며 지난달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가 월성 2~4호기에 비해 이용률이 낮다고 했다. 하지만 7000억원을 들여 새것처럼 고쳐 재가동을 시작한 2015년 당시 월성 1호기 이용률은 95.8%에 달했다. 이는 월성 2~4호기를 웃돈 것이며 국내 원전 25기(基) 중 여섯째로 높았다.

지난해 월성 1호기의 이용률(40.6%) 역시 고리 3호기(4.9%)나 2011년 2월 가동을 시작한 신고리 1호기(5.8%) 등보다 더 높았다. 원전은 정기적으로 정비하고 부품을 교체하며 가동을 유지한다. 전 세계에서 89기 원전의 수명이 60년까지 연장돼 운영되는 것도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당시 이용률이 99.7%에 이르던 고리 1호기를 영구 정지했다. 이용률이 낮아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다면 고리 1호기 폐쇄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더욱이 한수원은 이사(理事)들에게조차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사 12명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조성진 경성대 교수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다. 한수원은 국회에도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보고서 제출을 거부했다. 투명성 논란이 일자 "보고서를 공개하면 원전 수출 경쟁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수원과 정부는 탈원전 '책임 폭탄 돌리기'에 급급하다. 한수원은 배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보험료로만 6억6700만원을 쏟아부었다. 또 이번 결정이 공기업으로서 정부 정책 이행을 위한 것이란 점을 누차 강조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의 결정일 뿐 정부가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정부와 한수원의 탈원전 행보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복사판처럼 느껴진다. MB 정부는 무리하게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밀어붙였다. 공기업은 경제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대로 따랐다. 그 결과 막대한 국고 손실을 남겼고, 공기업 사장들은 줄줄이 기소됐다. 산업부는 최근 검찰에 재수사를 의뢰했다. MB 정부 때 해외 자원 개발에 관여했던 고위 공직자도 잇따라 면직됐다.

지난달 28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수원 이사 11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 정부는 탈원전 강행으로 이미 1조여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무리한 탈원전 추진은 전기 요금 상승과 산업 경쟁력 저하, 수출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져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 해외 자원 개발을 겨눈 검찰의 칼끝이 탈원전을 향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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