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기획위 산하 재정개혁특위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기준을 연간 20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넓히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자·배당 등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1000만원 이상이면 근로소득세와 합산해 최고 46.2%의 세금을 매기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연 1000만~2000만원의 금융소득자 31만명이 새로 추가돼 과세 대상자가 9만명에서 40여 만명으로 늘어난다. 고소득층뿐 아니라 적지 않은 중산층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특위는 조세 형평성을 내세웠으나 경제가 내리막 조짐을 보이는 지금이 세금 더 걷을 시점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경기 하강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안 그래도 내수(內需)가 식어가는 상황에서 금융 종합과세 대상을 급격하게 늘리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꺾이는 경기에 더욱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일본·유럽처럼 감세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글로벌 트렌드와 거꾸로다.
특위는 "금융소득 상위 계층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했으나 추가될 연 1000만~2000만원의 금융소득자들이 다 상위층이라고 보긴 힘들다. ELS(주가연계증권) 수익률이 연 4% 내외이고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연 3%에 육박하는 것이 많다. 예금 3억~4억원이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앞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면 대상자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 가입자나 이자로 사는 은퇴 생활자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소득층이 아닌데도 세금 폭탄을 맞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문제는 '가진 자에겐 세금을 더 매겨도 된다'는 이 정부의 편 가르기식 조세관(觀)이다. 근로 소득자 1600만명 중 면세점 이하가 44%에 달한다. 근로자 거의 절반이 세금 한 푼도 안 내는 기형적 구조는 건드릴 생각조차 않고 또 중상위층만 쥐어짜려고 한다.
청와대 특위는 이날 세율 인상 등을 통해 연간 1조1000억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더 걷겠다는 개편안도 함께 내놓았다. 역시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토지 소유자 35만명이 대상이다. '부자(富者) 증세'를 내세우며 있는 자, 없는 자를 편 가르는 일이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다. 있는 사람에게 더 걷어 생색 나는 곳에 선심 쓰는 '세금 포퓰리즘'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