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또 재판… 범죄 혐의 30여개, 진행 중인 재판만 8건

입력 2018.07.03 17:22

3일 특활비 뇌물 사건 재판 시작… 元측 “뇌물 아니다”
검찰 “이달 말 또 추가 기소”... 최종 형량 얼마나 될까
2013년부터 구속만 3번째, 1000일 가량 수감생활 중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 것일 뿐 뇌물을 준 게 아닙니다.”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의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뇌물공여) 등을 다투는 첫 재판이 열렸다. 변호인은 “청와대 예산지원이나 대북 관련 업무비 명목으로 돈을 보냈으며, 장 전 비서관이나 이 전 의원에게 간 돈은 원 전 원장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10∼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3억여원을 뇌물로 줬다며 기소했다. 또 2011년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의 입을 막기 위해 5000만원을,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1억원을 각각 전달한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 말미에 “원 전 원장을 이달 말쯤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원 전 원장이 받고 있거나 받아야 할 형사사건 재판은 모두 8건에 이른다. 현재 7개 사건이 1심 진행 중이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는 민사 사건도 1건 있다. 앞서 형이 확정된 사건도 2건이다. 구속과 석방을 번갈아 하며 총 수감생활은 1000일이 다 돼 간다.

그래픽=정다운
그의 악몽은 2013년 국정원장을 그만 둔 직후 시작됐다.

2012년 말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시작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은 불구속 기소됐지만 이듬해 7월 건설업자에게 순금 등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별건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2014년 9월 만기출소했다.

그러나 출소 5개월 만인 2015년 2월 다시 구속됐다. 앞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진행유예를 선고받았던 댓글 공작 등 선거법 위반 사건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후 8개월 뒤 원 전 원장은 다시 풀려났다. 2015년 10월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보석이 인정돼 풀려난 것이다.

그의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17년 8월 30일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또 법정 구속을 명령했다. 이때부터 원 전 원장은 현재까지 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 불법 사찰에 민간인 댓글 공작도
국정원 자금 빼돌려 뇌물주고, 호화생활도 해

이 기간 동안 원 전 원장의 범죄 사실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에서다. 국정원이 자체 감사를 통해 내부 자료에서 원 전 원장의 범죄 혐의를 찾아낸 것도 상당수 있었다.

민간인을 동원해 국정원 예산으로 댓글 공작을 벌인 것에서부터 우편향 안보교육, 특수활동비 뇌물 공여, 전직 대통령 불법사찰, MBC 등 공영방송 장악 등 범죄 혐의만 30여개에 이른다.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는 한 달에 한 건 꼴로 기소되고 있는 셈이다.

원 전 원장은 주요 혐의는 댓글 공작과 불법 사찰이다. 민간인 외곽팀을 꾸려 당시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인이나 여론에 맞서기 위해 댓글 공작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비위 정보를 수집하거나 대북공작 등에 쓸 돈을 빼돌려 전직 대통령이나 특정 정치인들을 음해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자금을 개인적으로 쓴 부분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국정원 예산을 빼돌려 자신의 유학자금을 대거나 호텔 스위트룸을 빌려 개인적으로 쓰기도 했으며, 국정원 시설에 호화 인테리어를 해서 부인이 지인들과 모임을 갖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렇게 쓴 돈이 수십억원에 달한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조선DB
원 전 원장은 댓글 공작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1년6개월 가량을 복역했다. 앞으로 2년6개월이 더 남았다. 여기에 형사 사건 8건(1건 추가 기소 예정)이 줄줄이 선고되면 지금까지 해 왔던 수감기간보다 더 긴 시간을 갇혀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법원 관계자는 “여러 건의 사건이 진행될 경우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해 선고하거나 병합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건의 선고 형량 감안하기 때문에 단일 사건 형량보다는 다소 줄겠지만, 워낙 여러 건이 걸려 있어 최종 형량은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원 전 원장은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18대 대선 당시 원 전 원장의 댓글 조작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달 20일 이 전 대표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3일 현재까지 원 전 원장과 이 전 대표 모두 항소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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