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쇼크]②성범죄 위험 높다? 여성들 더 민감한 '난민 루머'

입력 2018.07.03 10:37 | 수정 2018.07.03 11:40

“난민 시아파 반군” “강간을 놀이하듯”
여성카페·맘카페서 ‘이슬람 루머’ 확산
낯선 문화에 대한 공포가 근원
이슬람 ‘남녀차별 문화’에 이질감

#1. "유튜브에서 이슬람 문화 ‘타하루시’ 검색해 보세요. 진짜 무서워요."
지난달 23일 중산층 주부들이 주로 가입하는 한 ‘맘 카페’에는 “아랍인들이 강간을 놀이처럼 즐긴다’는 글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아랍 남성 3명이 웃는 얼굴로 스웨덴 여성 1명을 강제 추행하고, 이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하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해 1월 스웨덴에서 발생한 사건 영상이었다. 당시 스웨덴 경찰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주민 2명을 강간 혐의로, 스웨덴 시민권자 1명을 방조 혐의로 체포했다. 글쓴 이는 ‘이슬람에는 강간을 게임처럼 즐기는 ‘타하루시’ 문화가 있다’고 했지만, ‘타하루시’는 ‘왕따’ ‘이지메’와 같은 뜻이다. 이슬람권에서 강간 사건은 일어나지만, 강간을 게임처럼 즐기거나 그걸 용인하는 문화는 없다.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코란 교리 13조’. 가짜다.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큰 서구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카페 캡처
#2. '코란에서 가르치는 이슬람의 13교리'라는 제목의 글도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무슬림 경전 코란에 '사춘기 이전의 여아를 강간, 결혼, 그리고 이혼해도 된다(코란 65장 4절)', '강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4명의 무슬림 남성이 필요하다(24장 4절)'와 같은 교리 13가지가 적혀있다는 것이다. 영문 번역본 사진도 돌고 있다.
조작된 것이다. 65장 4절은 ‘이혼 때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정 기간을 둬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까지 존재했던 민사 조항이다. 24장 4절도 '순결한 여성들을 중상하는 자들이 네 명의 증인을 내세우지 못할 경우, 그들에게 여든 대의 채찍형을 가하되 그들의 증언도 수락해서는 아니 되나니 이들은 사악한 죄인이다'라는 내용이다. 여성을 무고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인데, ‘강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종교’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글들은 주로 커뮤니티나 카페에 올라왔다가, 포털 댓글로 확산되며 ‘기정사실’처럼 굳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난민 관련 뉴스에는 여성들이 댓글이나 추천 등의 ‘기사 참여(engagement)’를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여성 가입자가 많은 페미니즘 카페나 맘 카페에서 가장 활발히 유통된다.
실제 3일 오전 6시에서 9시까지 네이버 뉴스포털 노출 뉴스 중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1위 뉴스를 보면, 정치 분야 1위 뉴스 댓글은 남자가 81% 여자가 19%를 작성했다. 경제는 89%대 11%, 생활 72% 대 28%, IT·과학 80% 대 20%였다. 하지만 난민 문제를 다룬 사회는 55대45, 세계 52대48로 여성의 댓글 참여율이 높다.
일부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이슬람 반감을 확산시킨다’는 말까지도 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원래 ‘소수자’에 대해 관용적인 입장이지만,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그물 수리 작업장에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제주=박성우 기자
◇반여성적 이슬람문화+페미니즘=난민 공포
전문가들이 꼽은 원인을 추리면 ①이슬람에 대한 무지와 오해 ②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이슬람의 ‘반여성적’ 관습 ③여성과 어린이가 배제된 ‘젊은 남성 중심’ 난민 집단 ④ ‘미투’ 운동이 촉발한 페미니즘 확산 ⑤성범죄에 대한 불안 등이다.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많은 사람이 이슬람 국가가 모두 이슬람 율법을 따른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슬람이라는 문화적 공통분모가 있지만 그 양상은 정치·사회적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OIC(수니파와 시아파를 아우르는 범이슬람권 국가 모임) 소속 57개국 중에 이슬람법을 엄격히 따르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이고, 다른 대부분 국가는 한국이나 미국처럼 ‘세속법’을 따른다. 사회가 변해 이슬람 율법으로만 다스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다처제’는 전쟁터에 남성이 끌려가 남은 여성을 보살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는 극히 소수에게만 남아있다. 미디어가 이슬람을 일부다처제나 하는 우스꽝스러운 집단으로 묘사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깊어지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엄마들이 가족의 안전을 돌보는 주체이므로 외국인의 범법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미디어에서 이슬람 이미지가 '가해자'로 굳어지면서 소수의 범법이 눈에 더 드러나는 착시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슬람 괴담이 ‘광우병’ 수준으로 퍼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광우병 때와는 다르다. 과장되긴 했지만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슬람의 ‘어린 신부’ 문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의제 강간’으로 처벌받는 범죄 행위다.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의 91%가 남성이다. 일반적 난민 구성이 아니다. 어린이와 여성이 배제된 ‘젊은 남성 집단’을 한국 여성들은 ‘난민’이라고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미투’로 여성의식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한국 여성들이 반(反)여성적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슬람의 여성차별적 문화와 한국의 페미니즘 의식이 충돌해 ‘극단적 두려움’이 형성되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센터를 오래 운영해온 한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상대국과 MOU(양해각서)를 맺어 숫자를 제한하면 해결되는데, 난민은 그와는 다르게 파급력이 매우 크다”며 “그간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난민들이 유입된 데다 한국은 이질적 이슬람 문화를 자주 접하지 않아 반감이 크게 형성된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딸을 둔 학부모 김성경(39)씨는 “무슬림 난민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성 관련 사건·사고들의 사실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며 “주로 자녀를 둔 엄마들의 커뮤니티에서 예멘 난민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만큼 공포심이 크다는 의미다. 루머라고 치부해 버리지 말고 엄마들의 의견을 그대로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슬람 공포’가 우려를 넘어 ‘왜곡’의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공포심을 "성폭력 이슈 등에 민감한 페미니즘 프레임이 난민과 접목되면서 왜곡된 형태로 발전된 것"이라고 했다.

◇ 5대 의혹 팩트 체크

예멘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안과 관심은 ‘괴담’으로 수렴된다. 대표적 ‘괴담’ 5가지가 사실인지 짚어봤다.
① 예멘 난민들은 시아파 무장반군들이다
예멘 인구의 41%가 시아파다. 예멘 난민이 시아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아파=시아파 반군’은 아니다. 물론 반군이 ‘위장 난민’으로 가장할 수도 있지만, 예멘 난민들은 “그런 반군 집단을 피해왔다”고 말한다. 예멘 난민 압달라(20)씨는 “많은 예멘인이 총알과 포탄, 강제징집을 피하고자 예멘을 탈출했다”고 했다.

② 이슬람 교도는 성폭력 주범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 교도는 13만명이다. 성범죄 건수는 미미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5대 강력범죄 758건(2016년 기준) 중 이슬람권 국가(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키르기스스탄) 출신 범죄자가 저지른 강간·유사강간 건수는 4건으로 0.5%에 그쳤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는 “현재 한국에 입국한 이슬람 교도의 숫자가 미미해 0.5%, 4건이라는 수치는 유의미한 통계가 아니다”라며 “다만 이슬람과는 문화적 차이, 성(性) 감수성 차이가 뚜렷해 한국 정착자들이 늘어날 경우, 성희롱이나 추행 등 성폭력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③ 난민, 취직 지원해줬더니 금방 그만두더라
“취업한 예멘인 난민 가운데 20~30% 수준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월급이 적고 힘든 일이 싫다며 식당이나 공장 자리를 원했고, 선주들의 불만이 많아 더는 취업을 알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제주도 수협 관계자의 얘기다.
법무부는 지난달 20일 인도적 차원에서 국민들의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 직종들에 한해 제주 난민들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특별취업 허가가 내려진 예멘 난민 257명 중 78명이 어선 선원으로 채용됐지만, 이 중 20여 명이 일을 도중에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④ 미성년 자녀 있으면 불법체류자도 추방 못한다
“난민 신청자가 이후에 불법 체류자가 돼도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불법체류 가족 중 누구도 추방할 수 없고 불법체류자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한국 세금으로 교육 등을 보장해야 한다.” 각종 인터넷 카페에서 제기하는 의혹이다.
법무부는 2013년 9월부터 불법체류 아동의 학습권 지원을 위해 고등학교 재학생까지 불법체류 아동을 단속하거나 강제출국 시키는 것을 유예했다.
그러나 ‘불법체류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가족 중 누구도 추방할 수 없다’는 것은 ‘법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법무부는 불법체류 중 적발된 학생의 부모는 출국조치를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한시적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적 차원에서 실제 추방될 가능성은 적은 게 사실”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⑤ 난민 1인당 138만원 받는다
사실과 다르다. 올해 제주로 입국한 예멘 난민에게 지급된 생계비는 ‘0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난민 생계비 지원액은 난민지원시설(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비(非)이용자의 경우 1인당 월 43만2900원이다. 지원시설을 이용할 경우 21만6450원으로 줄어든다. 생계비를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난민 생계비 신청자(785명) 중 절반(436명) 정도만이 생계비를 지원받았다. 올해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인 중 300명 이상이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으나, 심사를 통해 지급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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