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그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 건강보험료를 올해보다 3.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건보료는 최근 몇 년 1~2%대 인상률을 보였다. 내년 인상률은 8년 만의 최대 폭이다. 직장인 경우 평균 3% 임금 인상분까지 치면 체감 인상 효과는 6% 이상이 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음파·MRI 등 건보(健保)가 적용되지 않았던 비급여 진료 항목에 보험 혜택을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올해는 상복부 초음파, 병실료, 뇌·혈관 MRI 등에 보험이 적용되고 내년엔 비뇨·생식기 초음파와 전신 MRI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에 2022년까지 30조원이 든다고 했다. 그동안 모아 놓은 건보 적립금(20조원)을 깨서 쓰고, 건보료를 매년 3.2% 올리고, 그래도 부족하면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건보 곳간'은 예상보다 빨리 비어가고 있다. 65세 이상이 지출하는 의료비는 2015년 22조원에서 2030년 91조원으로 15년 사이 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MRI, 초음파 비용이 저렴해지면 과잉 진료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2006년에도 6세 이하 아이 입원비를 공짜로 해줬다가 건보 부담이 늘어 결국은 제도가 폐기됐다. 7년 연속 흑자였던 건보 재정이 올해 1조1000억원 적자로 돌아서고 내년엔 3조7000억원까지 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건보료를 당초 약속보다 더 올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더 큰 파도는 다음 정부 때 밀려온다. 65세 이상 인구가 2025년엔 1000만명을 돌파하고, 2026년엔 전체의 21%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는 이번 정부에선 30조원이 들지만 다음 정부에선 52조원이 든다고 한다. 2026년부터는 건보료를 매년 5% 이상 올려야 한다는 조사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비가 준다'는 달콤한 말만 하고 건보료를 향후 얼마나 올려야 할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 건보료뿐 아닐 것이다. 탈원전은 전기 요금을 올리고, 실업급여 확대는 고용 보험료를 끌어올릴 것이다. 현 정부 정책의 청구서(請求書)들이 본격적으로 날아들 시기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