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8일 "더욱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태년 당 정책위의장도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지지부진한 규제 개혁에 대해 "답답하다"고 하면서 예정됐던 점검 회의를 취소하자 여당 지도부가 '반성문'을 쓴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부처들은 규제 혁신 결과를 더 많이 내달라"고 했다.

얼핏 여권(與圈) 전체가 규제 깨기에 달려들 것 같은 분위기지만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보다 야당 탓 타령이 먼저 나온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도 "규제 혁신 5법(法)은 야당 비협조로 논의조차 못 했다. 야당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야당들이 관련 법안 일부 내용을 들어 반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여당이 야당 설득에 열과 성을 다했는가. 늘상 야당 공격만 했지 설득하러 다닌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규제는 정부가 만든 것이고 그 혁신 역시 정부가 앞장서 끌고 나가야 한다. 정부는 지난 1월 규제 혁신을 외치며 당장 풀어야 할 38개 과제를 정하고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27건은 3월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다. 법적 근거가 없거나 애매한 89건 규제도 풀겠다고 했다. "신제품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도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시했다. 이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가 27일 취소된 규제 혁신 점검 회의였다. 회의를 취소해야 할 정도인 걸 보면 그 이행 상황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 정권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은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사정없이 몰아쳤다. 국정교과서 폐지, 원자력·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4대강 보 개방,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가 인권위 위상 강화 등을 속전속결 처리했다. 입법이 필요한 사안도 '대통령 업무지시'라는 형식으로 피해간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그때 기세와 열정의 10분의 1만 규제 혁파에 쏟았어도 벌써 기업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면 야당도 딴소리 못 하고 법안 처리에 따라오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