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골키퍼가 일냈다…세계축구팬들 '조현우 신드롬'

입력 2018.06.28 15:54 | 수정 2018.06.28 19:30

無名 골키퍼 조현우 신들린 선방
넘버3 골키퍼에서 이제는 ‘조현우 신드롬’
이운재 “국민 찬사 받을 만” 김병지 “신태용호 성공작”
모든 연예인 닮았다…천의 얼굴 화제

“조현우 선수에게 절을 해야 마땅하다. 완벽한 선방이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을 지켜본 박지성 SBS해설위원 말대로 조현우(27·대구FC)는 이번 경기에서 존재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줬다. 독일이 슈팅 26개를 퍼부었지만 조현우는 다 막아냈다. 이 중 6개는 유효슈팅이었다.


조현우는 이날 FIFA가 선정하는 MOM(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영국 BBC는 출전한 한국·독일 선수 통틀어 최고 평점인 8.85점을 조현우에게 안겼다. 세계 최고 골키퍼로 평가받는 독일 마누엘 노이어(32·바이에른 뮌헨)의 이날 평점은 2.59점이었다. 팀 경기에서도, 골키퍼 맞대결에서도 우리가 세계 최강을 무너뜨린 것이다.

◇월드컵서 결정적인 선방만 12차례, 무명 골키퍼의 반란
조현우 활약은 기록으로도 입증된다. 앞선 조별경기 3경기에서 조현우는 모두 12차례 톱세이브(결정적인 선방)를 기록했다. 선방률은 81.2%다. 톱세이브 횟수로 따지면,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17회·81%), 덴마크 카스퍼 슈마이켈(14회·93.3%) 다음이다. 두 골키퍼는 러시아월드컵 이전에도 알아주는 수문장이었다. 조현우는 무명(無名)선수나 다름 없었다. 국내 팬들도 그를 잘 몰랐다.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18일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다. 결정적인 골을 다섯 차례나 막았다. 1 대 0으로 지긴 했지만, 페널티킥(PK) 골이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제2의 이운재가 나왔다”며 놀라워했다. 일회성 활약은 아니었다.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도 선발 출전한 조현우는 신들린 선방을 보였다. 페널티킥(PK) 골을 포함해서 두 골을 내줬지만 아무도 골키퍼 탓을 하지 않았다. 축구팬들은 “조현우가 없었다면 더 큰 점수차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18일 한국과 스웨덴의 예선 첫 경기에서 조현우가 펀칭으로 공을 쳐내고 있다. /스포츠조선
K리그 팬들은 그를 ‘대헤아’라고 부르고 있다. 처음에는 ‘대구의 데헤아’라는 뜻이었다. 스페인 국적의 명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따온 것으로, 노랗게 염색한 모히칸 헤어스타일(닭볏처럼 가운데 머리카락만 세운 것)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붙인 별명이다. 이번 월드컵 이후 조현우는 '대한민국의 데헤아'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장우혁, 브라이언, 박재범…천의 얼굴 조현우
소속팀 대구FC가 지난 1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조현우 친필 사인 유니폼은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내달 8일로 예정된 K리그 대구와 서울 경기에서 골키퍼 조현우와 만나는 팬이벤트는 개시 2시간만에 조기 매진됐다. 독일전이 끝나고 국내 포털사이트 실검은 ‘조현우’로 도배됐다. 중국 포털사이트에서는 조현우가 쓰는 헤어스프레이와 BB크림 제품이 무엇인지를 묻는 검색어가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 골키퍼 내일 일본에게 렌탈 좀 해줬으면 좋겠다.” 28일 폴란드와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를 앞둔 일본 축구팬들은 야후재팬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일본은 현재 1승1무로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행(行)이 결정되는 상황이라, 딱 하루만 조현우를 일본에 빌려달라는 것이다.
조현우는 ‘천의 얼굴’로 불린다. 누구와도 닮았다는 뜻이다. 조현우가 가수 장우혁, 이재원, 브라이언, 박재범, 조권, 슬리피 닮은 꼴이라는 글이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제는 조현우가 유명해지면서 ‘연예인이 조현우를 닮은 것’으로 바뀌었다. 조권·슬리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조현우와) 닮아서 영광이다”라면서 ‘닮은 꼴 인증샷’을 올렸다.

배우 강기영도 조현우 닮은꼴 연예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이렇게 썼다. “아침에 (카카오)톡이 왜 이리 많이 왔다 봤더니, 어제 축구 잘 봤다고…남은 경기도 힘내라고.”

◇조현우는 누구?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원래 포지션은 수비수였다. 골키퍼 장갑은 우연히 끼게 됐다. 서울 강서구 신정초 축구부 시절, 주전 골키퍼가 경기 전날 그만두자 조현우가 긴급 투입된 것. 막상 나간 경기에서 보인 반사신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골키퍼로서 가능성을 인정 받은 첫 경기였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아예 주전 골키퍼로 포지션을 바꿨다. 연령대별 대표팀과 대학 선발팀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아버지 조씨는 “학창시절 다른 선수들처럼 가족들이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한 적이 없는데도 홀로 꾸준히 훈련에 매진해 더욱 대견했고, 또 미안했다”고 했다.

그간 조현우는 ‘넘버3’ 골키퍼였다. 2015년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만 해도 김승규, 김진현 등에게 밀린 후보였다. 등 번호는 23번이었다. 23명이 선발되는 대표팀의 맨 마지막이라는 의미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지난해 11월 14일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 골키퍼로 처음 그라운드에 섰다.

이날 조현우는 세르비아 공격수 아뎀 랴이치(27·토리노)가 감아 찬 프리킥을 마치 다이빙 하듯 몸을 날려 쳐냈다. 1 대 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서 사람들이 그의 실력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경기직후 ‘조현우’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1위에 올랐다. 그의 ‘다이빙’ 장면은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300만회를 찍었다.



◇“영어공부 해야할 것” 해외진출 가능성도
축구전문가들은 조현우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대표팀 골문을 지켰던 이운재 수원 삼성코치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집중력이 정말 뛰어난 선수”라며 “상대 공격수가 크로스나 슛을 때릴 때 각을 좁히면서 나오는 상황판단력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이어 “2014년에 개인적으로 직접 지도했을 때보다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며 “많은 사람에 찬사 받을만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덧붙였다.

김병지 SPOTV 해설위원도 “조현우는 (신태용 감독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면 해외진출 못 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해외리그에서)수비라인을 지휘하려면 조현우 이제 영어공부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요?”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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