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對北 최대 압박' 사망했나

입력 2018.06.28 03:12

조의준 워싱턴특파원
조의준 워싱턴특파원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의 부고(訃告)장은 갑작스럽게 날아들었다.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이란 용어가 사라진 것은 돌연사(突然死)에 가깝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각)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갑자기 "더 이상 최대 압박이란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까지 하루가 멀다고 백악관과 국무부 브리핑장에 등장하던 용어가 그의 이 발언 후 하루아침에 공식 브리핑장에서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추가 제재는 없지만, 기존 대북 제재는 계속된다"고 했다. 이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란 말과 비슷하다. 제재는 쫓고 쫓기는 게임이다. 제재를 피하려는 쪽은 어떻게든 구멍을 찾으려 하고, 제재를 하려는 쪽은 새로운 구멍을 찾아 계속 메워야 한다. 추가 제재가 없으면 기존 제재의 효과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 조금 약해졌다. 그러나 그건 괜찮다"고 했다. 일부 제재가 무너져도 미·북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최대 압박'의 공식적인 사망선고는 그렇게 내려졌다.

지난해 4월 출생신고를 했던 '최대 압박' 정책은 1년2개월의 짧은 생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정책이 진정 '최대'로 북한을 밀어붙였는지, 북한 김정은이 이로 인해 정권의 위태로움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대 압박'이란 할리우드 영화식 과장된 작명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대 압박의 부고가 전해지자 북·중 국경엔 곧 구멍이 생겼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중국의 국경 경비가 느슨해지면서 북한의 무역 회사가 승용차와 비료·농약 등을 대규모로 밀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 전까지 북한에 의료·교육 등 인도적 지원을 하는 인권 단체들의 대북 송금마저 막았던 중국 은행들이 최근엔 "곧 송금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북 영업 재개를 시사하는 말도 했다고 한다.

물론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을 비난하며 "최대 압박을 되살리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압력이 북한에 가해지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우린 이번에 북한을 변화시킬 '제재'란 수단을 잃어버린 것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협상'과 '전쟁' 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라는 말이 넘치는 요즘이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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