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뒷받침 안되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
"네거티브 규제방식에 더 속도 내달라"
"공유경제 등 갈등이슈, 이해당사자 10~20번 찾아서라도 문제 풀라"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후 예정됐던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이날 취소를 결정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답답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의 취소 사실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규제개혁 점검회의 연기와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께서 ‘(회의를) 준비하느라 고생했으나, 이 정도 내용은 민간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미흡하다’고 해서 문 대통령께 일정 연기를 건의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도 오늘 집무실에 나오셔서 이 총리에게 내용을 보고받고, 본인도 답답하다고 말했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속도를 굉장히 강조했다”며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에도 더 속도를 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해당사자들이 있어서 갈등을 풀기 어려운 규제 과제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을 열번, 스무번을 찾아가서라도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 갈등이슈를 끈질기게 붙어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규제 개혁 관련해 좀 더 과감하게 속도감 있게하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을 강조해오셨는데. 준비된 보고내용 자체는 상당한 진전이 있지만 그 정도로도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총리가 회의 연기를 건의한 시점은 이날 오전. 오후 3시로 예정된 회의가 불과 몇시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 총리를 포함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20여명의 정부관계자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외에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관계자 등도 대거 참석할 계획이었다.

국무조정실 이하 여러 부처는 함께 작성한 수십쪽 분량의 규제개혁 점검회의 사전자료를 전날 이미 취재진에게 전달하고 관련 설명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이날 점심 무렵에는 정부 부처마다 갑자기 일정이 취소된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두번째 규제혁신 점검회의로, 문 대통령이 수차 규제혁신 속도전을 강조한 뒤 열리는 회의라 어떤 구체적인 규제 혁신 방안이 나올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신산업 관련 규제 이슈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논의가 숙성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와 개인정보 규제와 관련해 새로운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인터넷 전문은행 관련 규제는 정보통신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지분보유 규제가 완화될 수 있을까가 관심사였고, 개인정보 규제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개인정보의 개념과 범위, 데이터간 결합을 허용하는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지가 관심사였다.

이 두가지 규제 완화론에 대한 비판 진영과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결단이 규제혁신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시적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 국제 경쟁에서도 경쟁국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했고, 같은달 29일 국무회의에서는 “우리 행정이 너무 늦고 빠른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날 회의가 연기되자 관련 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가장 논의가 숙성된 규제개혁의 첫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했으니, 향후 규제개혁 관련 전망이 어두운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회의 연기가 인터넷 전문은행 및 개인정보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냐’라는 물음에 “아니다. 그 둘에 더해 다른 것, 이해당사자가 충돌하는 문제, 공유경제나 여행·숙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갈등관리로 정리해야할 부분이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