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이 어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세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관문 공항에 걸맞은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10년간 논란을 빚다 2년 전 겨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내렸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다시 국가적 골칫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공론화돼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간 지역 갈등으로 번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가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2011년 백지화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가 2016년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봉합했다. 당시 신공항 부지로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PK와 TK가 맞섰지만, 두 지역 모두 경제성이 없는 걸로 결론 나면서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길로 낙착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 기간 부·울·경 여당 후보들이 다시 이 문제를 거론했고, 선거 승리 후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기존 결론을 뒤집겠다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우리와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광역단체장 당선인 세 명이 보조를 맞춰 들고나온 것을 보면 여권 내 일정 수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가덕도 신공항이 다시 추진될 경우 지난 정부에서 결정했던 '대구공항 통합 이전' 계획도 불투명해지는 등 연쇄 파장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남권 신공항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입지 타당성 관련 용역을 프랑스 업체에 맡겨야 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는 당시 관련 5개 광역 지자체들로부터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놓고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여당 시·도지사 당선인들이 취임도 하기 전부터 기존 확정안을 다시 논의해보자고 나선 것은 황당한 일이다. 정치인들이 분쟁을 해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간신히 가라앉혀 놓은 갈등을 불러내 증폭(增幅)시키려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선거에서 이기면 이렇게 나라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겠다고 나서도 되는 것인가.